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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와 소녀상

외할머니집 가는 길에 소녀상을 만났다

by 또복희연

오래간만에 친정집에 가기로 했다

늘 가는 길은 신랑차로 가거나 동생차로 친정집에 왕래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나와 막둥이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로 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막둥이와 외할머니의 찐 사랑 때문이다.

외할머니와 막둥이는 죽이 척척 맞는다.

할머니는 전화하시면 늘 할머니 안 보고 싶어? 할머니지 집 안 올 거야? 물어보고

막둥이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 할머니 다섯 밤 자고 갈게요 ~~라고 한다.

둘이서 막무가내다. 데리고 갈 사람들이 계획이 있어야 하거늘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두 사람이 서로 보고파서 애달프다. 듣다 못한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로 하였다.

막둥이는 전철을 자주 타지 않아서 전철 타고 외할머니집에 간다고 하니 신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도 들리지 않고 학교 정문에서 바로 픽업해서 상록수 전철역으로 갔다.

상록수역 앞에 소녀상이 있다. 늘 상 보던 소녀상인데 막둥이와 같이 가서인지 소녀상 유독 그날 눈에 띄었다.

막둥이가 소녀상을 나와 보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다.

막둥이는 신나서 엄마! 여기 소녀상이랑 사진 찍을래요! (아직 막둥이는 한글을 잘 읽지 못한다.)

알았어 찍어줄게!라고 하며 나는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핸드폰 카메라 렌즈로 소녀상과 막둥이를 본 순간 나는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막둥이는 한 손으로 소녀상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잠깐 눈물이 핑 돌았다. 막둥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서 잠깐 소녀상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건 듣기는 했지만, 아직 1학년인 아이가 직접 소녀상도 알고 손도 잡아주고 어깨동무도 하고 웃으며 친근하게 했던 행동이 감동적이었다. 꼭 살아있는 아이에게 하는듯한 친근함이 묻어있었다.



소녀상을 검색해 보았다.

평화의 소녀상(영어: Statue of Peace) 혹은 위안부 상(일본어: 慰安婦像 이안후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예술 조형물(동상)이다. 평화비(平和碑)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의 모양은 의자에 앉아있는 모양과 서있는 모양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겐 아픔이 있는 소녀상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고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가슴에 새기게 되었지만, 막둥이는 잘 모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둥이는 대한민국의 열혈 피인 것 같다. 서로 의미 전달이 되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알 수 있는 시냅스가 발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국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이 사건이 주는 의미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다시는 어디에 누구든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막둥이가 모처럼 감동을 주어 외할머니 가는 길이 뿌듯하다.

대중교통으로 조금은 고된 길이 되겠지만 소녀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좋은 것 같다.

우리 막둥이는 목적지인 외할머니집에 도착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철로 무려 31개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31개의 역을 지날 때마다 물어볼 것이다. 엄마 다음에 내려요? 하고 말이다.




시냅스(Synapse) 또는 신경세포접합부(神經細胞接合部)란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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