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지 착각인지

뜨겁고도 짧은 순간들

by 유지







사랑인지 착각인지





혼자 끙끙 앓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억은 스스로 뒤엉키기 시작한다.


분명히 웃었던 날도 있었는데,

그 웃음 뒤에 감춰져 있던 표정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만다.


사랑은 나에게

좋은 기억만 남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프고 힘든 기억들이

더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문다.


좋았던 순간은 스치듯 지나가지만

상처는 오래도록 마음을 맴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는 그 사람의 말도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자꾸만 왜곡된다.



‘정말 그런 뜻이었을까?’

‘혹시 나만 혼자 애썼던 건 아닐까?’



사소한 말투 하나, 표정 하나,

심지어 그가 잠깐 보인 침묵마저


모두 내 안에서 의심으로 변하고

그 의심은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상처가 된다.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

우리 사이의 작은 틈이 생겼다.


말을 아끼는 건 배려가 아니라

서로를 점점 모른 척하게 되는 시작이었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더 진심을 들여다봤더라면

그 작았던 틈을 얼마든지 메울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우리는 그 틈에

너무 오래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그 틈은 점점 깊어졌고,

이제는 어떤 말로도 닿지 않는 거리로 변해버렸다.


내가 사랑했던 게 정말

그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나 혼자 간직했던 장면들을 사랑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때의 공기, 눈빛, 따뜻했던 손끝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내게 주는 설렘과 안도감.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멀어지고,

감정이 바래질수록 사랑은 때때로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 착각조차

그때의 나에겐 분명히 진심이었다.








사랑인지 착각인지

지금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마음을 품고 있었던 나만큼은 진짜였다는 것.

그날의 설렘도, 눈물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마음도.


그건 분명, 내가 가장 나답게 사랑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