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림 Nov 09. 2022

남의 작업에 관한 짧은 글


버스와 지하철을 오가며 짧은 글을 썼다.


https://jooneelee.myportfolio.com/


두 발로 걷는 것이 이리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제가 진 우주는 팔과 다리를 구분할 수 없게 했으니….

발바닥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나서야 알게된 것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여태 단 한 번도 디뎌보지 못한 세계에 관해

짐작만 했습니다. 너머의 것들은 아주 작은 소리라도 내기만 한다면 집어삼킬 듯 일제히 고개 돌릴 것만 같아서요.


그저 관망할 뿐


그들이 공유하는 나라는 지독하게 거대했습니다. 땅따먹기 식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것이었죠.


그리고 이 세계가 둥글다고 말하죠

제가 밟고 있는 이곳은 이렇게나 평평한데요.

어쩌면 세계가 여러 겹의 무한한 지평선으로 이루어진 판 위에 건설된 걸지도

(짐작만 했다니까요)


디뎌보지 못한 땅 쳐다보기

다섯 갈래의 돌기

걷기 대신 굴러 이동하기 그 후 자멸하기

그리하여 흘러내리기

남은 것은 정상에 완성된 둥그런 왕국을 향한 동경과 불가능에 대한 애도

알게 된 것들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짐작이 아니라요)


둥그런 세계에서 평평한 세계는 그야말로 깜깜한 무대 위에 있던 것이죠

(아... 무한하다고 말했지만

실은 아주 짧고 연약해요)


대신

마주 본 거울 사이로 무대를 끼워넣으면 사정이 달라질까요 그러면 가능한 세계에 관하여 더 구체적으로는 깃발을 꽂고 찬란한 새 나라에 관하여 속삭일 수 있을까요 흐르던 것을 거두어 무대에 가둘 수 있을까요 그곳에서 피어난 서로의 존재를 축복할 수 있을까요


너무 달콤한 상상이었나요

그러면 그 누구도 탐내지 못하게 일그러트려요. 세상에서 제일 조악하게

그러자 성공적으로 소외되었나요 그 누구도 외면했나요


이제 억지로 걸으려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가라앉은 기억, 꺼내기, 다시 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