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 새로운 공동체는 가족을 대신할 수 있을까
* 김나희 작가의 <대디 레지던시>의 후속작이 있다고 상정하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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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대디 레지던시>를 통하여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신의 아이를 공동으로 육아할 ‘대디’의 지원서를 받았다. 선발자는 ‘대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한편, 지원 자격은 생물학적 남성이 아닌 모든 정체성을 포괄했다. 단, 나이는 30살 이상이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선발된 ‘대디’는 함께 선발된 다른 ‘대디’들과 레지던트로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근무하게 된다.
사실 김나희는 이 프로젝트가 진짜로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도 그렇고 타인으로부터 가능성을 의심받아왔기 때문이다. 김나희는 단지 ‘가지’의 탄생을 위해서 ‘유전적 데이터를 담은 기동성 있는 데이터’가 필요했을 뿐이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유성생식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김나희가 주체적으로 꾸린 가족은 전혀 새로운 형태를 취했다. ‘사랑을 규칙으로, 약속을 계약으로, 가족을 프로젝트팀으로 대체한 우리의 새로운 공동체. 어떤 형태의 가해도 피해도 없는 공간’[1]을 김나희는 꿈꾸었다. 그리고 2026년 11월, 마침내 김나희는 <대디 레지던시>를 2021년에 발표한 지 약 5년 뒤에 인공수정으로 아이 ‘가지’를 만들어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나희가 아니라, <대디 레지던시>의 선발자인 ‘대디 레지던트 1’과 ‘대디 레지던트 2’[2]이다. 이들은 가족의 구성 요소를 선택하고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것을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선발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공동 육아를 이제 막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할 수 있다’는 표현은 제도가 그걸 알아주었기 때문에 쓴 건 결코 아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5년이 흐른 2026년까지도 가족 제도를 지배하는 제도인, 마르고도 닳은 ‘그 제도’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레지던트는 이 현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대디 레지던시>로부터 또 다른 프로젝트를 파생시켰다.
두 레지던트는 하나가 되고자 한다.
둘은 <대디 레지던시>가 제시한 새로운 공간이자 공동체의 실현 과정을 지켜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주체가 될 수 없던 주체가 꾸린 공간에서 그들은 본 적 없는 형태의 자유를 맛보았다. 그러면서 동반 일탈을 꿈꾸었다. 원하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고, 원치 않으면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개인이 되고 싶었다. 또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것을 커다랗게 공감받고 또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거대한 ‘그 제도’는 사랑을 자꾸만 지워 내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그럴수록 더 세게, 지긋이 그려내었다. 움푹하게 자국 내어 더 이상 지울 수 없도록, 도로 펴낼 수 없도록 깊숙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자국은 바로 이곳에 전시되었다. 완전히 드러나 있으므로 그 누구든지 보고 만져볼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이 관여할수록 그것은 더 짙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것의 형태와 의미는 널리 이식되고 퍼져나갈 것이다.
사랑은 제도 바깥에 있지만, 이 공간은 제도 안에 놓여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도록, 그것을 더 익숙하게 만들 것이다.
[1] “사랑을 규칙으로, 약속을 계약으로, 가족을 프로젝트 팀으로 대체한 우리의 새로운 공동체, 어떤 형태의 가해도 피해도 없는 공간...”, 현호정, 『테세우스의 배』, http://deluxe.daddy-residency.com/nahee-run-daddy.
[2] ‘대디 레지던트 1’과 ‘대디 레지던트 2’는 현호정의 글에 등장한 존재들이다. “가지의 ‘대디 레지던트 1’이 허브차를 우려 와 나희가 앉은 소파 옆 협탁에 내려놓았다. (중략) ‘대디 레지던트 2’가 세차를 마치고 돌아와 나희 옆에 털썩 앉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위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