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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일기 Nov 25. 2020

K디자인, 그 불편한 이름

그거 진짜 한국이야?

 전통문양으로 꾸며진 노트, 용무늬가 한가운데 박힌 여권케이스 등등 우리 주변에는 한국 디자인임을 과시하는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노골적으로 '전통'의 무언가를 앞세운 제품들을 한국 디자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프로 디자인 불편러이라 그런지 어딘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대한민국은 특히 '정체성'에 굉장히 민감한 나라다. 나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시기의 인물이고 나라는 사람의 배경을 말하는 데 있어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전통 문양과 색깔, 표면적 요소의 한국이 정말 한국을 대표하는가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의 디자인을 말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미니멀리즘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일본이 가진 역사문화적 배경이 전제가 된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자연재해가 잦기 때문에 가정 집기들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지는 것을 지양하게 되고,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가며 고공행진을 하던 중 버블경제가 무너져 내리며 집의 면적이 더욱 좁아짐이 또한 미니멀리즘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 배경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사실 이 이야기가 정답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일본의 현재 상황과 과거의 역사적 배경이 반영된 일본의 가전집기가 그렇게 정제되어야만 했던 이유로서 충분히 납득이 될만하고, 이는 현 일본 디자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예로서 북유럽의 가구 디자인을 보자.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우거진 산림과 좋은 목재들은 북유럽 사람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일 것이다. 당연시 북유럽의 가구들은 질 좋고 튼튼한 원목들로 만들어지게 되고 또한 이는 할아버지가 쓰던 가구를 그대로 아들에게, 손자에게 물려주는 문화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시대의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디자인이 필요했을 거라 상상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통 문양을 새긴 제품을 두고 우리는 한국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전통'문양이라고 명명을 한 사실부터 이 디자인에는 '시대적 한계'가 전제된다. 현재는 널리 쓰이지 않는 패턴을 2020년에 의도적으로 다시 가져옴으로 인해서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입 한다는 개념은 '한국의 디자인'을 설명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 나는 이것을 '조선 디자인'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나온 디자인을 모두 한국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정말 이를 한국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이 아닌 한국 디자인의 정체성은 한국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과 문화(여기서 문화라 함은 패턴과 문양보다는 좌식생활 같은 일상적 행동에서의 문화가 맞지 않을까 싶다.)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개념 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나는 학교 과제로서 스툴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나름 만듦새가 괜찮아서 버리기가 아까워 고향집 거실에 놔두고 오랜만에 집을 찾아갔더니 웬걸, 내가 만들었던 스툴은 더 이상 스툴이 아니었다. 소파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카펫을 깔고 그위에 앉아 티브이를 보는 우리 집에서 나의 스툴은 아빠의 커피잔 받침대가 되어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의 좌식문화에서의 450 높이의 평평한 판은 사람이 앉기보단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 물건을 올려놓기가 더욱 좋은 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이 오브제를 스툴과 사이드 테이블이 겸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면 이는 '한국 디자인'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당장 '한국 디자인'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를 하기엔 나의 그릇이 아직 충분히 크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한국 디자인은 이런 것 이란 정의를 내릴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또한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한 입으로 한국 디자인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날이 올 것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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