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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둥새 Aug 09. 2020

천재

되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동네 바둑학원을 다니는 중이었다. 바둑학원에 다닌 지 7~8개월쯤 되었을 때, 안면이 있는 친구가 바둑학원에 등록했다. 나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친구였다. 안면은 있었지만 가까이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 이후로도 딱히 교류를 하지는 않아서, 학원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른다. 기억나는 것은,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으로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내가 바둑학원을 그만둘 쯤에는 사범님들을 제외하고는 학원 내 최강자가 되어 있었다. 바둑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되어 그보다 빨리 시작한 사람들을 모두 재껴버린 것이다. 


나는 지기 싫어하고, 남들을 잘 인정하지 못하는 철없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친구만큼은 천재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한 친구였던 것 같다. 사실 그 나이는 앞날의 진로를 바둑으로 생각하기에는 좀 늦은 시기이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적성을 찾았다 생각하고 그 길로 나아간 듯하다. 문득 떠올라 좀 찾아보니 결국 프로 기사 입단에 성공하여, 현재 바둑 프로 기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천재는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작 나는 왜 천재가 되지 못했을까. 천재의 조건은 뭘까. 


천재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사실 나도 호기심이 조금 있는 편이다. 궁금하면 종종 검색을 해본다. 최근에는 호기심을 해결하기가 너무 편하다. 구글에 관련 자료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유튜브를 찾아본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영상이 최근에는 정말 많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호기심을 금방 해결하고 만족해한다. 


아인슈타인의 호기심은 차원이 다르다. 그 호기심의 결과물을 보자. 아인슈타인은 물리를 전공했지만 그쪽으로 취업하지는 못했다. 관심사를 제외하면 태도가 좋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에게 지도교수가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고, 유대인이라는 인종 문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물리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은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특허청에서 일하던 중인 1905년,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물리학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논문들을 발표한다. 이 1905년을 지금은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된 '광양자 가설'과 그 유명한 '특수 상대성 이론'이 전부 이때 나온 것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가속도가 0인 등속 운동을 하는 경우에 대한 이론이다. 즉,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므로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0년 뒤인 1915년,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라는,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 적용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아인슈타인 링, 블랙홀, 중력파 등 많은 현상에 대한 존재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는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그러한 현상들이 관측되어 인류 대표 천재의 위엄을 과시했다. 


이 모든 업적의 시작은 아인슈타인의 호기심이다. 아인슈타인은 호기심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했다. 그 상상력을 통해 끝없는 고민을 해나갔다.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가 유일하게 고정된 절대적인 것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궁금해하고 고민한 끝에 상상해낸 결과물이다. 아인슈타인은 말한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불가사의한 세계에 대해 아주 조금씩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성한 호기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타고난 지적 능력의 차이로 천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천재의 기준은 아마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탐구하며, 고민하고, 상상해 볼 수 있는 뇌의 지구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구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키워나가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책을 읽다가 머리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책을 덮어 버리게 된다. 아무리 궁금한 내용도 조금만 귀찮을 것 같으면 그 호기심을 바로 접어버린다. 게임이나 하자, 유튜브나 보자, 술이나 먹자하면서 좀처럼 머리를 굴리려 하지 않는다. 이런 나를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 


물론 지금의 내 뇌는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차근차근해나가는 게 중요하니까… 게임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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