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둥새 Nov 14. 2020

기회와 위기, 오전 업무

이사열전

하루 중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고 힘이 나는 시간이 오전이다. 물론 출근 직후는 고된 출근길로 인해 잠시 체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전날의 피로가 쌓여 피로 누적으로 졸음이 찾아온다.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통해 체력을 회복하고, 정신을 맑게 해줘야 한다. 이렇게 잠시의 농땡이와 카페인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고 나면, 이때가 하루 중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고, 집중이 잘되는 때이다.


이때가 기회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라는 열정이 100%에서 시작하는 때이다. 그러니 가장 하기 싫은 업무를 해야 한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때이니만큼 열심히 일 하다가도, 불현듯 머리에 스쳐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좀 더 스마트하게, 좀 더 빠르게 처리하는 법 같은 것이 떠오를 수 있다. 열정 100%인 상태에서 머리 회전마저 빠르다 보니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이다.


전날 풀리지 않던 어려운 일도 이때가 가장 쉽게 풀린다. 피로한 상태에서 야근까지 해가며 붙잡고 있었음에도 풀리지 않던 일이다. 다음날 아침 산뜻한 기분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쳐다보자 거짓말 같이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샤워를 하면서, 잠을 자면서, 출근하면서, 커피 한 잔 하면서 머릿속 잠재의식이 열심히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거나, 충분한 릴랙스 덕분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어 아침 업무 시간에 풀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오전 업무 시간, 내 정신이 명료함을 느낀다면 이렇게 기회를 잘 잡아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00%의 열정과 높은 집중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점심시간 직전에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이 순간이 위기인데 이때 계속 중요한 업무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 집중력을 지속하는데 실패하여 점심에 뭘 먹지 하는 고민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업무는 오후로 미뤄놔야 한다.


그 옛날 전국시대를 종결 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이렇게 기회를 잡고, 위기를 극복하며, 행동력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초나라 하급관리였던 이사는 쥐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변소의 쥐들은 오물을 먹으면서도 사람만 보면 무서워서 도망을 가는데, 곡식 창고의 쥐는 곡식을 배불리 먹으면서도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결국 쥐나 사람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사는 자신의 깨달음을 기회로 여긴다. 초나라를 떠나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진나라로 향한다.


능력이 있으면서 기회도 잘 잡은 이사는 여불위를 통해 진나라에서 벼슬길에 오른다. 훗날 진시황이 되는 진왕 정의 신임을 얻어내면서 강력한 법가의 통치를 펼쳐낸다. 그러다가 위기가 찾아오는데 진나라 출신이 아닌 이들은 전부 내쫓는 축객령이 시행된 것이다. 이사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간축객서'를 진왕 정에게 전한 것이다.


"옛날 목공께서는 인재를 구해 융에서 유여를, 완에서 백리해를, 송에서 건숙을, 진에서 비표와 공손지를 데려왔습니다. 이 다섯 사람은 진나라 사람이 아니지만 목공께서 이들을 중용해 스무 나라를 통합하고 서융을 제패했습니다."

"태산은 한 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조그만 흐름을 가리지 않아 깊음을 이루었습니다."


출신을 따져서는 인재를 얻지 못함을 얘기한 이 '간축객서'를 보고 진왕 정은 축객령을 취소하고 이사를 더욱 중용한다. 그렇게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여기서 이사는 다시 한번 기회와 위기를 맞는다. 옥새와 편지를 맡은 환관 조고가 진시황의 유서를 위조하여, 맏아들 부소가 아닌 막내 호해를 즉위시키려 한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사는 결국 유서 위조에 가담한다. 그리고 희대의 암군과 간신인 호해와 조고의 계략에 휘말려 이사는 처벌을 받고 삼족이 멸족을 당한다.


이사는 기회를 잡을 때마다, 자신의 내면을 잘 살폈다. 덕분에 뛰어난 행동력을 보였고, 그로 인해 승승장구하며, 결국에는 전국을 제패한 진나라의 최고 실권자가 되었다. 하지만 최후의 선택에서 그 자신의 내면에는 권력에 대한 탐욕이 있었다. 이 탐욕으로 인해 옳지 못한 기회를 선택하였고, 그 선택은 이사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을 전부 몰살시켰다.


내 인생에서 기회를 잘 잡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평소에도 기회를 잡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기회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이다. 내 상태가 좋으면,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수행한다. 그다지 좋지 못하다면, 좀 더 쉽고 단순한 업무를 처리한다. 내 마음 상태가 차분하다면 실수가 없어야 하는 중요한 업무를, 다급하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처리한다. 분노나 짜증이 올라올 때는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아가고, 열정과 활력이 있을 때는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잘 살피고 기회를 잘 잡는 사람이라면 나는 아마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금은 그저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배는 고프니, 일은 안 하고 딴생각에 빠져있다.

작가의 이전글 천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