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함이 익숙해지면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지하철에서 내리면 회사까지는 금방이다. 가는 길도 편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상관없다. 지하철 역사와 회사 건물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건물로 출근을 시작했을 때는 오로지 편하다고만 생각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다. 여전히 편하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편함과는 반대되는 것, 불편함이. 복잡한 길, 느린 엘리베이터, 높은 계단턱...
편함은 익숙해져서 당연한 것이 되고, 불편함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편함이 익숙해져서 생긴 불편함,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만이 생긴 누군가가 회사에 열심히 건의하고, 그것이 언젠가 받아들여진다면,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정말 편하게 개선된다면 더욱 편한 환경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것이니까.
편함에 익숙해지고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 개선한다. 다시 편함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다시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이를 개선한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 현대의 극도로 편하고 효율적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때로는 개선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람과 같은 경우다.
한 사람이 정말 편해졌다. 너무 편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 불편함을 개선하려 한다. 그 사람을 고치려 한다. 그 사람은 저항한다. 결국 갈등이 생기고 그 사람과 멀어진다. 때로는 저항을 누르고 나의 편의에 맞게 그 사람을 고치기도 한다. 훈육? 갑을관계? 가스라이팅? 결코 좋다고는 볼 수 없는 관계가 형성이 될 수도 있다.
사람 간의 관계는 소통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개선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반면 물건이나 시스템은 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을 개선하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나의 판단과 행동에 달려있다. 그러한 구분을 위해 지속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