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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 Jan 03. 2023

스물다섯, 디자이너에서 직업틀기

두 번째 이야기, 나의 다음 프로젝트


나는 직업이라는 면에서 고지식한 부분을 가진 사람이었다.

디자이너는 실무 경력이 더 낫다고 생각해 전문대를 나왔고, 졸업과 동시에 회사에 취직해 신입 생활을 마쳤다.

첫 회사를 퇴사한 후 눈 수술을 해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취업을 못하고 있을 때에는 우울함과 조바심에 발버둥을 쳤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붕 뜨는 시간들이 아까웠고, 혼자서만 세상에 뒤쳐지는 것 같았다.

휴학, 유학, 장기여행, 휴직,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었다.


복잡하게, 속 시끄럽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와서 보면 그렇게 살면 자연사까지 무탈할까. 싶기도 하다.

단순해지면 한결 더 편해지는 거였는데 말이다.

당장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 그렇게 원, 투 스탭 밟다 보면 종착점은 아니더라도 출발은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 출발 자체가 의미있는 거 아닐까.


사람은 결국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도 저녁의 따스한 밥상에 함께가 즐거운 사람과의 시간이면 또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감히 정의내려 보는 꿈이라는 . 행복.

작더라도, 사소하더라도  행복을 쫓다보면 꿈이라 말할 것이 생긴다.

그러면서 목표가 뚜렷해지고, 삶의 이유가 생기고, 밟아야하는 스탭, 가야하는 길을 알게 된다.

내가 그랬다. 제주에서의, 퇴사 후의 재정비 시간 동안 지친 몸 뿐만이 아닌 마음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며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꿈이 있고,  꿈을 목표하는 원동력까지 있는  순간의 완전함은 경험해  사람이라면 모두  것이다.


 번째 이야기에서 나에게 직업은 프로젝트라 이야기했다.  가지의 프로젝트에만 매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스물 둘부터 스물 셋까지의 나를 지켜주고 성장시켜줬던  번째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프로젝트를 경험삼아  번째 프로젝트를 따낼  있었던 거고

그때의 나를 지켜냈다면,  프로젝트들이 성과로 끝맺은 일이라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였다.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의 기업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취미와 직업은 별개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분야가 디자인이었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1등을 쉽게 쥘 수 있었다. 스스로 재능인 분야라 생각했다.

어머니의, 언니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왜 형제를 조금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심지어 어머니까지 디자인을 하시는 바람에 감각적인 부분은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의 장점을 적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센스가 있고, 옷을 좀 더 잘 입고, 패션에 관심이 많고,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라고만 생각했다.

특별한 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업으로 삼기엔, 먹고 사는 밥줄로 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많을 거라 생각한다.

부족하면 어떤가. 처음부터  하는  하려면 전국 1등이라도  건가?

먹고 사는 문제로 뭐 그렇게 잘 해야해? 물론 잘하면 좋지. 잘되면 좋은 거지. 근데 해봐야 아는 거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인생의 전환점은 생각보다 쉽게 오더라. 인생을 논하기엔 아직 얼마 살아보진 못했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나의 데이터 베이스는 그랬다.


미대를 가겠다고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에 결심하곤 실제로 미대를 나왔다.

최소 대리까지 달 줄 알았던 안정적이라 생각한 회사를 2년만에 퇴사했다.

사무직에서 그렇게들 부러워하는 전문직인 디자이너를 때려친다.


디자이너를 때려치는 나의 전환점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디자이너로서 성공한 나의 미래의 모습은 행복과는 먼 것 같았다.

삼십대에도 디자이너를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끌려다니며 과장, 차장, 운 좋으면 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사회 생활을 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직업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한 건 그게 다 였다.


좋아하는 것을 접고 잘하는 걸 선택해 봤으니, 이번엔 잘하면서 좋아하는  선택해 봐야 할텐데… 가 두 번째 프로젝트의 타이틀이었다.



제주에서의 인생 일출과 일몰을 한 번에 경험한 곳, 자연이 주는 감동은 항상 벅차며 너무나 큰 것 같다. (위치는 남기지 않겠다.)



생각보다 어려울 거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걸 찾기. 나이가 많을 수록 어려울 거다.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늦은 만큼 되돌아가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그대들도 답을 찾기를 바란다.


 ‘정답 아니더라도, 앞서 말했던 우리의 종착점인 행복에 조금  가까워지는 길을 택하면 좋겠다.

나도 내가 찾은 이 답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이 끝이 행복일지는 걸어봐야 아는 거니까.


거의 반년 가까이의 시간을 쉬면서 지냈다.

긴 시간동안 놀고, 먹고, 간간히 일도 하면서 노는 것 또한 지겨워질 즈음이었는데, 단 하나 질리지 않는 것이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카페에 혼자 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디저트를 하나 고르고 알아 듣기 힘든 가사의 잔잔한 노래들을 들으며

하루의 생각과 감정들을 써내려가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그 시간만큼은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생각보다 어렵지만 또 단순한 곳에서 답을 찾을 거다. 내가 그랬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일, 나의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일,

한 두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닌,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정답에 가까워졌던 나의 풀이 중 몇 가지였다.


내가 정한 지금의 나의 행복 키워들은 이것이었다. 디저트, 커피, , 여유, 시간, 사람, 사랑.

그러한 키워드들을 도합해 나는, 서른 살에 카페를 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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