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적은 그 날과 다르게, 그 존재가 조금 가족같던 기억도 물론 있다. 많진 않지만.
사람은 환경에따라 달라지기도하고 상황에따라 달라지기도하고 그냥 나이가 들면서 또 달라지는 건지도 모른다.
그 새벽밤은 내 나이 20대 초반. 가족이랑 살 때이고 대학생 떄.
늦은 밤 동네 친구랑 동네에서 가볍게 술자리를 가지고 새벽 1, 2시쯤 집으로 향했다. 대중교통없이도 이용할 수 있었던 가까운 거리여서 부담없이 집에 돌아오는데 좀 느낌이 이상한거지.
그래서 집에 들어와서 그대로 현관옆으로 이어진 작은 방에 들어가는데, 복도식인 그 창문으로 어떤 사람의 형체가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사람은 정말 경악하거나 놀라면 몸이 굳는다.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숨이 딱 막히고 그대로 다리가 풀려서 숨듯이 앉아버렸다. 창가의 그림자는 모자를 쓰고 있었는지 새의 긴 부리처럼 양옆을 두리번거리더니 사라졌다.
잔뜩 겁을 먹고 다리는 풀린 채 그렇게 앉아있는데,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졸던 그 존재가 나와 무슨일인지 살폈고, 내가 누가 따라온 것 같다고하니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뛰쳐나갔다.
나는 지금 이렇게 연이 끝난 시점에 어떤 미화를 해보고자하는 것도 아니고, 없던 애정을 다시 상기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이런 기억이 조금 헷갈린다.
어릴 때 멀미를 해서 많이 우는 날 위해 운전을 살살하는 게 습관이 된 것, 친척들이랑 놀면서 우하하 웃고있으면 어슴프레 따라오는 시선에 쳐다보면 날 향해 자기도 모르게 헤벌쭉 웃으며 보고있던 그 얼굴.
고작 생각해내려면 그 정도인데 나는 헷갈리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는 걸수도 있고, 사람의 인연이 변하는 걸수도 있고, 모든 게 중첩되어 끝을 향해 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어떤 것이 진정한 애정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어떤 애정을 나는 믿어야하는 것일까. 아련하던 애틋하던 애정도 폭력이 되고 거짓이 되고 배신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도 인생의 묘미일까, 지혜일까.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 대해서는 정말 답이 없다는 걸 매번 통감한다. 그냥 삶은 포켓몬스터 메타몽처럼 좋을대로 이런저런 모양으로 그때그때 변하면서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싹 입을 닦고 변해버린다. 뭘 따지거나 할 수 없다. 삶은 그냥 '그러려니' 이게 삶이려니 그렇게 생각해야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