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사는데 화재경보기가 울린 새벽

by 김지은

나는 고양이 한 마리랑 같이 사는 독거노인 아니고 독거청년 1인이다.


청년도 좀 무색한 게 몇년 후면 40대여서 이후에 독거중년이 될 예정.


아무튼 오늘 추억해볼 기억은 어느 여름밤. 혹은 초가을? 이제 막 늦여름에 이사를 와서 부랴부랴 하나하나 적응해나가고 있던 차, 조금 집이 안락하고 맘에 들어서 잘 자고 잘 지내던 날 새벽이었다. 고양이를 침대 옆 쇼파에 두고 둘이서 새근새근 잘 자던 중, 갑자기 새벽에 큰 사이렌소리가 내 집을, 아파트 전체를 울렸다. 웨엥웨엥.


이게 한두번이면 그냥 고장이나 어떤 실수로 눌린거구나 하고 마는데, 이게 대피하라는 자동알림이 거의 10번 이상 이어지니 사람이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당장 몸도 안 움직이고 아니, 뭘 어떻게 먼저 해야하는 거지? 몇 층에서 불이 난 건데? 아직 연기 같은 건 안 나는데, 나는 저층이라 사실 좀 늦게 나가도 괜찮고 엘리베이터가 만원이 되거나 멈춰도 나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서 약간 여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불이 안났을 것 같기도하고, 났다하더라도 당장에 뭘해야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혼자 산 것도 처음이고, 가족이랑 살 떄에도 이렇게 사이렌이 연달아 울린 적이 없어서 대피하는 것도 생소했다. 그러다가 어딘가 구석으로 이미 숨어버린 내 고양이부터 챙겨야하는데, 라는 생각에 미쳤다. 근데 내 고양이... 굉장히 크단 말이야. 7키로 이상일텐데 또 털은 아주 부드러워서 손에서 슉 미끄러져 빠져나가기를 잘하고, 운동성도 민첩하고 몸이 살이 아니라 근육이야. 이사올때도 이동장에 넣는데 진짜 진이 다 빠져버려가지고 고생했던 게 생각 났다. 불이 나서 타죽거나 연기마셔 죽는것보다 당장에 내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보였다. 미쳤어...


고양이를 밑에 대피한 사람들에게 던질까? 아냐, 못 받아. 무겁기도하고. 백퍼 잃어버려. 내 고양이 안 돼... 내 소중하고 뚱뚱하고 무거운 고양이... 겁쟁이라 세상끝까지 도망갈 태세로 다른 방 러그안에 꽁꽁 숨어있는데 저 녀석을 빼낼 방도부터 없다. 고양이를 이동시킬 생각에 암담해서 멍때리다가, 동태라도 살피자해서 배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어보니 이미 오래 지속된 사이렌소리로 10명 가까이 아파트 주민이 밖에 나와있었다. 나는 배란다로도 꽤 가까운 거리여서 그냥 배란다문만 열어두고 그들을 살폈다.


다행히 실수, 오작동이 맞았고, 새벽내내 잠을 설치거나 잠옷바람으로 나온 주민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결국 경비실과 실랑이도 오갔던 것 같다. 밤새 그 실랑이 소리가 사이렌 이후로 시끄럽게 들려왔고, 그래도 이게 사람사는 해프닝이구나 혼자 사는 적적함에 누군가 싸우는 소리도 정겹게 느껴져서 그대로 다시 누워 잠에 들었다.


그때 약간의 경각심이 생겨서 에어컨 실외기 위에는 햇빛이나 뭔가 잘못된 것을 막아주는 장치도 설치해두고, 콘센트마다는 붙이는 스티커형식의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아이템도 붙여두었다. 그리고 냉장고나 정수기 외의 다른 콘센트는 항상 외출시에 끈다. 혹시 모르니까.


가족이랑 살떄에는 그런 거 없이도 잘 지냈는데, 혼자 살려니 내 살림살이 그리고 내 집, 내 고양이가 안전하도록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도록 관리한다. 그리고 만일 다시 진짜로 이웃집에서 불이 난다면? 여전히 골때리는 건 내 고양이 이동장에 넣기다. 이 녀석이 순하게 맨날 어룽어룽 내 발 빙글빙글 돌고 누나 사랑해요 소리를 질러대도 막상 무거워서 내가 감당이 안 된단 말이지. 그래, 이동장 아주 큰 걸 하나 더 사두자. 그러면 내 고민도 좀 편해지겠지. 결국 잘 먹는 게 기특한 내 고양이 다이어트까지로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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