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이 드러나던 물레시간

by 김지은

물레를 팔았던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생에 학창시절 접한 일본문화와 일본어만큼 재밌던 것은 도자기 물레였다. 그래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내 돈내고 다니면서 정말 충실하게 재밌게 푹 빠져서 배우고 했던 기억이 있다.


몸으로 하는 걸 거의 하지 않고 흥미도 없고 직업도 타자만 열심히 치는 사무직이어서 별다른 손의 감각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는데, 물기 머금은 흙의 쫀득하면서도 말랑하면서도 내 힘을 주는대로 들어가기도 하고 나오기도하는 그 느낌은 뭔가 무척 신났다.


다만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사람의 개개인이 갖는 성격적 특성이 나온다는 게 특이하게 기억에 남는데, 나는 그동안 뭔가를 욕심있게 하고자한 적이 전혀 없어서 몰랐다. 근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집착, 의욕, 극 T (계획형) 으로 변하면서 시간을 자잘하게 사용한다. 좋게 말하면 효율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쳐버린다.


물레는 공방을 다녔는데 수업시간은 2시간. 그런데 이 2시간이 내 일주일 중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2시간을 1초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보면 도자기 공장에서 혹사 당하는 직원처럼 어느 날은 2시간동안 물레로 밥그릇을 7개를 만들었다.

*여기서 물레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물레 위에 아가 궁뎅이 같은 뽀얀 (선생님은 직접 토련한 크림색의 흙을 썼다 ) 도자기용 흙이 올라와있고 그 흙에 물을 축이며 물레를 돌려 작업하기 좋은 컨디션으로 몇 번을 흙을 거머쥐어 올렸다가 내리고 올리고 내려야한다. 무튼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라는 이야기.


그냥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미친듯이 하다보니 손 자체는 빠른 편이고 점점 실력이 생기다보니 더 촉박하게 미친사람처럼 물레를 돌렸는데, 나중에는 공방선생님이 포기했다 (ㅋ)


그냥 미친 수강생이구나 하고 납득하신 듯 별 다른 말 없이 가끔은 구워진 도자기에 색을 칠해보는 게 어떻냐고도 권유를 하셨지만, 색을 칠한다하면 물레하는 시간 대신에 다음에는 책상에 앉아 그림만 그려야한다. 그게 너무 손해같고 낭비같아서 물레로 만든 그릇이나 접시, 도자기에는 아무런 무늬도 그림도 없다.


그렇게 하루는 접시를 배우면 2시간동안 접시만 5개를 만들고, 어느 날 항아리를 배우면 2시간 동안 항아리만 4개를 만들고.


물레로 흙을 빚어 만들고나면 다음시간까지 공방 선생님이 만든 흙을 자연건조하여 적당하게 말려주신다. 그러면 다음시간에는 촉촉하게 마른 내 작품을 깎는 시간이 이어지는데, 깎는 것도 꽤 재밌었다. 도자기에 사용이 되는 칼을 어느 정도 넣느냐에 따라 깎이는 폭이 달라지고, 어떤 각도로 어떤 부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원심력에 의해 빙글빙글 도는 물레 위의 내 작품을 이리저래 컨트롤하는 게 재밌었다.


좀 더 섬세하게 하면 손끝으로 정돈하면서 칼의 감각을 느끼며 깎아가면 점점 세련되어지는 깔끔해지는 도자기가 완성이 된다. 다 만들어진 도자기는 다시 공방 선생님에게 맡기면 원하는 유약(입히는 색)을 골라 둔 색으로 발라서 가마에 구워주신다. 그리고 결과물을 받으면 끝.


뭔가 내 손에서 나의 능력대로 나의 섬세함에 따라 나의 무언가가 탄생한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나는 생각보다 매우 깐깐한 사람 같다. 자랄때는 내가 그저 흥미를 느끼는 게 없어서 내 이런 성격을 전혀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한 번 꽂힌 게임은 만렙이 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했던 걸 보면 역시 비슷한 성격 그대로 나이를 든 것 같다.


그리고 꽂힌 것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것만큼, 흥미가 사라지면 별 다른 이유없이 그만두고 하차한다.


나는 흥미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지금은 딱히 흥미거리가 없다. 그래서 가끔은 그때 미친듯이 돌리고 돌리던 그 물레의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레같은 존재가 또 내게 다가오고 나는 기대하고 설레어하면서 그것에 온 마음을 다 쏟고 음미하겠지.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운 것 같다. 얼마나 또 미친사람처럼 빠져들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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