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면접

by 김지은

고정적인 밥벌이가 없는 사람은 자의로 혹은 타의로 직장생활을 못하게 되는데 30초 언저리에 새로이 다시 직장에서 부당하게 잘리게되면서 (말로만 듣던 당일퇴사) 다시 구직을 해야했다. 뭐 서로 정이란 정 다 떨어진 판에 어떤 체면을 차리겠냐, 아름다운 이별 없듯이 아름다운 퇴사도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역시나 내가 질려서 붙잡는 회사를 떼어내느라 혼신의 힘을 다 쏟거나 그 반대로 너무 억울하게 퇴사를 당하는 일이 반복이 되곤 한다. 노동법에 의하면 당일퇴사는 불법으로 신고를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단다. 다만 나는 너무나도 질려버렸고 신고를 하고말고 또 엮이고 말나오는 것도 다 싫었던 상태라 오히려 당일퇴사가 부당했지만 상처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더 불편하게 근무일수 채우면서 퇴사일을 바라지 않아도 되었고, 이전에 2달간 퇴사 전 기간을 확보하여서 최사도 해보았는데, 뭔가 업무도 애매하고 2달의 의미가 있나, 하는 나날이 기억 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당일퇴사는 생각보다 럭키한 일이었다. 자의적 퇴사가 아니기때문에 실업급여도 신청할 수 있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 생각보다 효율적인 게 당일퇴사. 깔끔하게 당일에 퇴사통보를 사수에게 전해듣고 깔끔히 퇴근과 동시에 짐을 챙겨 나왔었지. 그 씁쓸하면서도 자유로움이란.


아무튼 그 이후에 구직활동을 했었는데, 기억에 남는 회사가 있다. 원래 소개하려던 회사는 한가지인데, 꽤 '쩝쩝'한 느낌으로 끝난 면접이 하나 더 생각나서 하나 더 풀어보려 한다.


우선 제목처럼 지역에 신도시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신도시라하더라도 바로 옆동네여서 출퇴근도 편하고 지원을 하니 대표인듯한 사람이 전화로 꼭 이 분야가 필요하니 면접을 봐달라 했다. 내가 지원한 분야랑 내가 경력이 있는 분야를 접목해서 해달라는 것. 나쁘지 않아서 우선은 알겠다 하고 면접을 갔다.


방문을 하니 신기한 건 입구부터 쭉 늘어선 10대 가까이 되는 대형 어항. 사주를 재밌어하는 편이어서 대강은 알겠는데, 이 정도로 대형수조를 놓을 정도면 그냥 느껴지는 바로는 '졸라게 화가 많나?' 이 생각이 들었다. 아니 거의 수족관. 병적일 정도로. 거기부터 나는 좀 이상함을 느끼고 들어갔고, 사무실에서는 수다 삼매경. 보통 사무실은 굉장히 조용한 곳만 다녀봐서 이렇게 수다스러운 곳은 좀 별로이기도하고.


면접에 대해서도 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누가 면접을 오는지도 제대로 토스를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리도 간곡히 오시길 원하던 대표는 없고, 샛노란 머리의 40대중반정도 되어보이는 여자가 면접을 시작했다.


내 경력의 분야를 접목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내가 지원한 분야에 대해서만 설명을 했다. 그래, 오케이. 그런데 들을수록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만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업무는 팀원들이랑 협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그 직원 못까지 같이 퇴근후에 해야한다. 그래서 퇴근시간은 기본 6시이지만, 8시 이후도 많다고 보면 된다. 서로 도와야 한다. 먼저 가면 안 된다.


일 못하는 직원이 못하면 돕는다고?


일 못하는 직원도 돈을 받을 거 아냐. 그걸 왜 도와야 해. 같은 적정량의 일을 한다면 그걸 감당하는 직원을 쓰는 게 당연하지. 왜 못하는 직원을...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낙하산의 느낌이 확 들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마치 어린 학생을 다루는 듯한 말투 그리고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로 나는 여기를 배제하기로 했다.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다 큰 성인에게 저런 식으로 면접을 보는 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대강 (그 당시 코로나) 마스크 속으로 할 수 있는 비웃음을 날리면서 예예 하고 나왔다.


군말없이 패스. 그리고 예상대로 결과를 알려주기에는 좀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 당일 저녁에 잽싸게 연락이 왔고, 나는 죄송하다고 거절했다. 뭐 이정도면 사실 별 다를 거 없는 누구나 겪는 면접일 것이다. 대기업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니고 그냥 동네 사무실 정도니까.


근데 이 나이되서 20대에 그렇게 강남, 역삼, 선릉 위주로 뺑이치던 게 있어서 다시는 서울직장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리저리 서류 넣고 면접을 보던 차였다. 그래서 그런가 확실히 서울보다는 특이한 곳이 많았다.


또 문득 떠오른 곳은 회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정말 집에서 도보로 10분? 그리고 내 모교가 있는 근처여서 매일 출퇴근을 추억에 젖어 다시 초딩이 된 기분으로 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라는 그 당시 독특한 기준으로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면접연락이 왔다. 그 날은 비가 왔고, 아무튼 꼬마시절에 열심히 등교하던 그 길을 따라 면접을 갔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대단한 건물이 없었다. 그래서 어디려나? 했는데 예상보다 못한 빌라의 1층. 그래도 생각보다 재밌게 일할수도 있는거고, 생각보다 괜찮을수도 있는거고, 라고 생각했지. 아무튼 작은 그 공간으로 들어가니, 젊은 여자가 반겼는데 알고보니 사장의 부인. 총 2인이 근무하는데 사장부부. 그래, 사실 성격만 좋으면 그냥 알바하듯이 좀 다녀봐도 좋을지도 몰라. 왜냐면, 내가 다니던 추억의 초등학교 근처잖아. 당장에 다른 데 합격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아이들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이었고, 사장은 부인과 나이차이가 엄청 나 보였다. 여자가 다른 국적이었을까, 모르겠다. 사장이 바로 옆에 같은 평수의 작은 창고를 열어 보여주며 어린이 용품을 설명했다. 이렇게도 운영이 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신기하게 바라봤다.


무엇보다 사무실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 너무 좁았다.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 규모. 그 안에 책상이 세개가 꽉차게 들어서있는데, 사장, 부인, 그리고 그 둘의 졸개로 일하던 어느 한 사람의 책상까지. 그 다음 졸개는 나임이 분명했다. 뭔가 실망한 티가 사실 얼굴에 드러났겠지. 두리번거리면서 당황해하는 나를 사장은 눈치채고 짜증이 났는지 면접 내내 대놓고 이것저것 긁기 시작했다. 내 전공을 말하면서 이거말고 요즘세상에는 여기를 나왔어야지! 라던가 (아니.. 그냥 유아용품 몇가지 파는 인터넷상점이잖아) 그냥 말같지도 않은 걸로 트집을 잡기 시작하는데 너무 탈곡이 되었다.


그냥 생가보다 '면접'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사실 사장이라는 테스트를 거쳐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인성이든 인품이든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지. 그냥 기분대로인 그런 면접들을 종종 경험하면서 현타가 많이 왔고, 그 면접 후에는 그냥 긍정회로는 줄이자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규모도 사실은 중요하나 부분이었는데 그걸 긍정회로로 무시하고 돌렸더니 이 사단이 난 것이지.


사실 당시에 내 경력을 쌓아온 분야에 크게 지쳤던 떄였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로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었고 경험함고 싶었다. 그랬는데 괜히 내 경력으로 오래 일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만하고, 맞고 잘해왔기때문에 내 경력이 된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돌고 돌아 내 경력의 분야로 이직을 했고 10년이상의 경력이 되었다.


일단 신입으로 새로운 분야에 들어간다고하면 너무 재수없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싫었고 역시 경력이 있고없고에 따라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걸 실감했다. 나 역시 자신감의 차이가, 자세가 달라지긴 했겠지.


참 다닐만한 일거리는 많은데 내가 있을 장소는 제한되어있다. 지금이야 잘 다니고있지만 내게도 시간이 지나면 이 회사가 망하거나 혹은 어떤 변화로 인해서 내가 내쳐지거나 혹은 내가 나올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면서 상황은 변하게 되고 또 다시 나는 직장을 알아보겠지. 그때와 달라진 건 더 먹어버린 나이이고, 불어난 경력은 감사하지만, 어떻게 잘 살려야할지도 관건이고 고민이다. 구직에 대한 고민은 항상 따라오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리면 너무 어린 것 같아서, 경력이 없으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혹은 나이가 이제 좀 많아지면 너무 많아서 혹은 경력을 이제 좀 쌓았다 싶으면 또 경력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도 충분히 구직에 어려움이 생기곤 한다.


그래도 어찌저찌 힘들지만 일을 해온 걸 보면 내 일복은 그리 허접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 앞으로도 그런대로 내 능력껏 알아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면접에 치인다하더라도 좀 더 덤덤히 '에라이'하면서 치워내는 노련함도 가지면서, 그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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