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내 인생에서 만나기 싫은 스타일정리

#첫인상 편

by 김지은

왜 이런 제목이냐?

그냥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뭔가 계산을 해서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 엮이지 말아야지! 같은 게 아니라, 정말 본능적으로 느낌적으로 '아, 진짜 싫다!'라고 느껴버리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취향, 싫은 취향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취향만을 생각하는데, 싫은 취향도 굉장히 중요하니까.


우선 가타부타 말 없이, 서로 인사도 나누기 전부터 '아!'하게 되는 첫인상 편.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재수없는' 사람은 절대 못 만난다.

여기서의 재수없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데, 그 띠꺼운 눈빛이 있다. 세상을 낮추어 보는 느낌이랄까. 다르게 표현하자면 '예의없는' 스타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주로 사람의 옷차림이나 태도, 제스쳐, 말투로도 충분히 뭔가 연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표정보다도 '눈빛'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말이나 표현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게 바로 눈빛. 그 사람의 기운도, 힘도, 생각도, 성격도, 선하거나 악하거나, 스트레스의 정도, 지침의 정도, 성실성 같은 부분이 대체적으로 눈빛에서도 드러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건, 눈빛만으로도 '나와의 어울림'이랄지 '결' 같은 게 대강 예상이 된다.


막상 싫은 취향을 생각해보려니 정말 생각한 적이 별로 없어서 (그냥 싫은 건 사실 자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이니까) 오히려 싫은 취향을 생각하다보니 명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눈빛, 태도가 떠오른다.


반대로 좋아하는 취향은 사람같의 수줍음, 낯섦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전에 소품샵에서 주문을 했었는데, 전화가 왔고 받아보니 목소리에서부터 굉장히 미안한 우물쭈물함이 전해져오는데 그 목소리 만으로 내용을 이미 파악했고, 주문한 물건이 취소가 되었다하더라도 화가 나거나 어이없지 않았다. 오히려 내쪽에서 상대를 다독였고 오히려 기분이 좋은 대화가 되었다.


나는 능숙한 사람보다는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 취향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물쭈물하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당황해하거나 그러면서 다가온 선의에 고마워하는 사람. 눈빛에서도 말에서도 모든 감정은 꽤 드러난다. 드러나는 수줍음이나 어설픔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유연하게 잘 해쳐나가는 사람도 물론 매력은 있는데, 그것보다는 어설픈 사람이 좀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이게 이성을 보는 눈에도 작용이 되니 뭔가 항상 내가 챙겨야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


첫인상이 꼭 당당하지 않아도 된다. 어설퍼도 되고, 수줍어도 되고 낯을 가려도 된다. 수줍어서 어설퍼서 한 마디를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도 그 한 마디가 진심이고 잘 통한다면 그거면 완성이다. 나는 활발하면서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마다 다 쓰잘데기 없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세상에서는 그런 어휘능력을 '스몰토크'라고 하던데, 결국 스몰토크는 시간떼우기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스몰토크가 이어지면 나중에는 '무슨 얘길 하는 거야?'라는 기분이다.


스몰토크는 어떻게 보면 가벼운 대화다. 가벼운 대화에서 내가 무거운 얘길 건넨다고 보자. 내가 건넨 대화는 저절로 가벼워지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진심이 날아가는 대화가 그런 대화가 아닐까.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그런 걸 잘해야한다고도 한다. 물론 스몰토크가 잘 되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당장에 웃을 일이 많다. 그런데 그게 자꾸 쌓이면 결국 가벼운 너와 내가 남는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사회생활은 거짓된 얇은 종이인형들의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뭐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조용함이 주는 신뢰나 소통도 중요하다고 본다. 스몰토크하는 사람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좋은 쪽을 고르라면 얼 타 보이더라도 조금은 진중한 성격도 매력이 있다. 사람은 각각의 매력이 있는 거니까. 그걸 가리면서까지 일부러 더 크게 웃고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는데, 내 눈에는 원래의 모습이랑 다르게 불안한 눈빛으로 불편한 웃음을, 말을 덧대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리고 서로 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살다보면 만년 활발한 사람도 없고 만년 조용한 사람도 없다. 정해두지 말고 조용하고 싶을 땐 조용히 있고, 또 갑자기 떠들고 싶을 땐 말을 해야한다. 사람이 어떻게 하나의 모양만으로 지내겠어. 다만 너무 혹사 당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하게 웃고 말을 한다면 나를 위해서도 조금은 반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20대초반에 모르고 한 번 그런식으로 인간관계에 탈진을 하고나니 나는 그냥 내가 웃고 싶을 때 웃고, 조곤조곤 말을 하고 듣고 왠만하면 조금 더 걱정하고 조금 더 이해하고 편하게 곁에 있는 게 괜찮아졌다.


결국에는 좋고 싫음에 평균치를 찾아 지내는 편이지만, 그냥 제목대로 생각하자면 큰 사람이 별로다. 목소리가 크거나 행동이 과장되거나 배려가 없거나 매사 투덜거리거나 그런 것들. 그리고 열심히 설명해보려고했는데, 행동을 보기 전에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뭔가가 있어서 '그냥 이유 없이 싫은' 존재도 있다. 쎄하거나 그런 표현이 아니라 '그냥 싫은 것'. 그건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아서 곤란하기도하지만 그렇게 '이상하게 싫은 사람이 있는 나'도 내가 이해하고 받아줘야지. 전에는 싫은 사람이라하더라도 그냥 웃고 만나고 대화했는데, 결국은 더 친해지지 못하거나 그다지 깔끔해지지 못했다. 기분이.


그래서 여러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이유없이 싫은 사람도 왠지 느낌이 별로인 사람도, 굳이 곁에 두지 말자 라는 결론이다. 느낌이 좋은 사람들로만 곁을 채워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렇게는 더 나를 몰아세우거나 나를 곡에넘는 기예단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웃고 싶을 때 웃고, 내 웃음으로 격려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몇 명의 사람들만 곁에 있어도 충분한 삶이다. 나에겐 그런 삶이 맞고 그런 삶이 감당 가능하다. 그게 내 마음에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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