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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Jun 01. 2024

나 빼놓고 재미나게 놀까 봐 쓰는 글

-프리다이버 친구들에게

급성 중이염은 나았어요. 진물이 삼 주 내내 나오대요. 고약했어요. 고사리 끊는 철이라 연신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하는데 주르륵. 그래도 암튼 나았고, 물에 들어가도 된다는 진단이 떨어지고 나서 다다음날, 한 달 만에 (밑줄 쫙!) 남부대 풀장에 갔어요. (울면서 갔어요). 근데 이평님이 계시더군요. 한 달 만에 풀장에 나왔으니 스태틱부터 하라고. 이런.(욕은 안 했어요. 정말이에요.) 하라는 대로 했지요. 2분 30 촌가. 한 달 만에 나오니, 놀다 나오니 당연하거다 싶으면서도 짜증이 났어요. 그래도 하라는 거 했으니 이제 물에서 놀아야지 하는데 이평님이 또 하래요. 이런 씨.(여기까지만 했어요. 정말이에요.) 첫 번째 보다 조금 더 편안했어요. 데크에 손을 올리기 전까지 컨트랙션 좀 더 참아 봐야지 했어요. 이평님이 한 손 올리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참았으니 잘 참은 거죠? 두 손 다 올리고 발 모아 벽에 붙이고 컨트랙션아, 와라. 오랜만이다. 잘 있었니?라는 마음으로 컨트랙션 받았어요. 이평님이 컨트랙션 다섯 개 더 받을 수 있냐고 하시기에 오른쪽 검지 까딱했어요. 올라오려고 하니 더 할 수 있다고 컨트랙션 세 개 더 받으라고 고개를 쑤셔 넣으시대요. 물 속이라서 이런 씨,를 할 수 없었어요. 세 개 참고 출수. 오랜만에 왔으니 사진 한 장 찍으라고 스톱워치 들고 인증샷.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얼마를 참았는지 몰랐어요. 그냥 진짜 액면 그대로 오랜만에 왔으니 사진 찍어주시는구나 했지요. 이평님이 스톱워치 보여주시는데 3분 40초 대요. 제 PB가 3분 29초 거든요. 기분이 째졌어요. 이평님이랑 하이파이브했어요. (욕은 안 했지요. 당연히)  


이제부터 본론이에요. (위에 건 자랑질) 귀가 나았다고는 하는데 이명이 생겼어요. 22일에 풀장 갔을 때 이퀄도 잘 되고 물리적으론 귀에 문제가 없다고 진단도 받았으니 한시름 놓은 건 맞아요. 근데 확인이 필요했어요. 프리다이버가 의사인 이비인후과가 있다고 해서 올만에 고향 구경 차, 서울 갔어요. 소싯적에 좀 놀아 본 동넨데 25년 만에 가니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대요. 암튼 겨우 겨우 병원 찾아서 갔어요. 이퀄할 때 고막 상태도 체크해 주시고 코 상태 목 상태 다 봐주셨어요. 이퀄은 전혀 문제없고 귀 상태도 좋대요. 근데 4월 말 딥스에서 귀 다쳤을 때 고막도 다친 게 분명하다면서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상처가 났다가 아문 흔적이 보인다고요. 해서 두 달간 수심타지 말라는 명을 받았어요. 한 달을 버텼는데 두 달을 더 참으래요. 첨엔 너무 낙담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프리다이빙을 제 인생의 마지막 익스트림 스포츠로 여기고 있어요. 앞으로 십 년쯤 꾸준히 해서 예순넷이 됐을 때도(이렇게 나이를 까나) 수심을 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그래서 그 십 년을 위해 두 달을 잘 지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집에서 십분 거리에 셩장이 생겼어요! 한 시간 반 걸려 남부대 풀장 8개월 다녔습니다. (엉엉) 의사샘이 수영은 괜찮다고 하시니 물공포증 자, 프리다이빙에 도전한 김에 수영도 해보려고요. 사실 프리다이빙을 하면 할수록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발차기 수준이지만 물에 뜰 때 몰차트레이닝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근데 셩장에서 웨이트 차고 다이내믹 연습하면 혼날라나) 이명은 치료 중이고 심한 이명은 잠도 못 잔다는데 저는 너무 꿀잠 스타일이니 돈 워리.


요약하면, 두 달 동안 풀장 못 간다는 얘기예요. 눈에 선하네요. 한 달 동안 매일 카페 눈팅하면서 나 빼놓고 재미지게 노는 거 구경했는데 두 달을 그래야 한다니.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 누가 누가 더 재미나게 사나 붙어봅시다.  마지막으로 이퀄 편안하게 아니 되시는 분들은 억지로 수심 타지 마시고 바로 턴 하시길. 기회는 또 있으니까요. 저처럼 양쪽 귀를 중이염에 모두 헌신하시면 강제 휴식에 처 해지고 맙니다.  저는 7월에 돌아오겠습니다. 아윌비백!(이 말을 두 달 전에도 했었는데 ㅠㅠ) 진짜 아윌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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