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아빠를 보내며

by 정상순

무더위와 장마가 오가는 7월의 한 복판입니다. 몸과 마음 잘 돌보고 계신지요. 오랜만의 인사에 황망한 소식을 보태려 하니 저희 가족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난 6월 22일 낮 1시 30분경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비교적 큰 고통 없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셨습니다. 5월 중순부터 눈에 띄게 기력이 약해지셨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연명 치료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의료진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생전에 연명치료 거부서를 작성하시는 등 확고한 의지를 보이셨기에 저희 가족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모신 후 오히려 의식이 돌아오고 호흡도 안정되는 등 아버지는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가족에게 더 선사해 주셨습니다. 그 일주일간 저희 가족은 온전히 아버지를 보내드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돌아가시기 전에 신부님을 집으로 모셔 병자 성사를 치렀습니다. 하늘나라로 가시는 길에 하느님의 인도가 함께 하셨으셨리라 믿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고에 적잖이 당황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인이 가시는 길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겠지만 미리 알리지 못한 잘못을 꾸짖기 전에 남편을 잃은 아내와 아비를 잃은 자식들의 슬픔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직계 가족이 모인 가운데 가족 장례로 아버님을 보내드렸습니다.

발인1.jpg



많은 분들의 애도와 위로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온전히 아버님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이 부고는 아버님의 유지에 따라 아버지의 고향집에 수목장으로 모신 후 드리는 것입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내렸던 비 때문에 발인 당일 땅이 많이 젖어 있었습니다. 하여, 바로 수목장을 모시지 않고 더 좋은 날을 잡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볕이 잘 드는 고향집, 아버지가 첫 손주를 위해 심으신 배롱나무 아래에서 영면에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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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를 읽고 저희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슬픔에 젖어 있을 여러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모와 위로의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가 생전에 주신 가훈을 거울 삼아 ‘다른 존재에게 해가 되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년 7월


상희, 상호, 상순, 수빈, 소현, 정준 올림


*아버지는 수목장을 치를 때 '나나무스꾸리버전'의 "Amazing grace"를 소현 언니의 목소리로 듣길 원하셨습니다. 소원 성취하셨습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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