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아침 식탁 4

반복

by 정상순

불땀이 좋지 않다. 밤새 이슬을 맞은 잔가지 때문이다. 고사리 끊은 시간만큼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살펴야 한다.


미역국과 잡채, 이것이 야심 찬 오늘 아침 메뉴였지만, 9시 반이 넘어서도 밭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잠결에 일어나서 빨래 너는 큰애에게 구김 없이 널라고 잔소리를 하고, 제 방에서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을 만끽 중인 둘째에게 아스파라거스 모종에 물 주고 오라며 큰 소리를 낸다. 작업복을 입은 채로 엄마의 아침 식탁을 준비한다. 미역국과 잡채는 저녁으로 미루고 오늘에게 어제의 변주 혹은 반복을 허한다. 두유 요거트에 함양장에서 사 온 찰떡을 곁들인다. 함양 빵집 할량의 치아바타는 두부스프레드와 잘 어울린다. 나는 한 끼를 먹어 ‘치우고’ 싶지 않아 일부러 천천히 텃밭 먹거리들로 샐러드를 만든다. 빵 한쪽엔 둘째가 만든 두부스프레드를, 다른 쪽엔 내가 만든 쑥패스토를 바르고 샐러드를 얹어 한 잎 크게 베어문다.


엄마와 내가 주고받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리플레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고 내일은 오늘의 반복일 테다. 변주와 전환은 없다. 그러나 가끔 양념처럼 유머 한 스푼이 얹어진다. 엄마는 접시 한가득 치킨을 들고 섰는 한 남성을 가리킨다. “저 사람은 하루 종일 저거 들고 서 있느라 힘들겠다.” 엄마가 안쓰러워 한 그이는 프라닥 치킨 모델 정해인이다. 나는, 정해인이 닭의 사체 말고 다른 걸 들고 있다면 좋겠다는 정색 한 스푼을 마음속으로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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