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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May 21. 2023

엄마의 아침 식탁 5

엄마의 MBTI

누룽지를 곱게 갈았다. 진간장에 장아찌 국물을 섞어 함께 낸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 내가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채근한 탓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찜질 매트를 배에 올린 후 다시 잠을 청한다. 엄마의 MBTI를 상상해 본다. 이럴 때 보면 엄마는 I다.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존재의 기분을 매우 살핀다.


하지만 엄마는 E일 게 분명하다. 언니, 오빠, 나 그리고 아빠까지 I로 추정되는 집안에서 독야청청 E로 살아온 인생. 내 잘난 맛에 살았을 때 (물론 그 맛을 지금도 포기하진 못했지만) 나는 엄마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늘 바빴다. 삶의 번다함 때문임이 분명했지만 나는 그보다 엄마의 성향이라 여겼다. 귀농을 결심할 무렵, 엄마에 대한 평가는 몹시도 날이 서 있었다. ‘엄마는 평가 기준이 밖에 있다’며, ‘엄마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행복한 사람’이라며 중얼대던 시절이었다. 엄마의 바로 그 성향 때문에 분투 때문에 내가 살아남은 줄도 모르고.


엄마는 어떻게든 어필한다. 가끔은 기쁨이며 더러는 흡족함이고 자주 감사와 행복을 말한다. 낯선 이들을 만날 때 어떻게든 접촉면을 최소화하려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좀 더 넉넉하게 환대의 문을 열어둔다. 그래서 90세에 접어든, 자주 정신줄을 놓는 노인의 입에선 다음과 같은 클리셰가 자동 재생된다. ‘돌아보면 삶은 감사였어’ 극강의 I로서 오십 중반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 막내딸도 가끔은 엄마의 클리셰를 지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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