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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Aug 08. 2023

할까 말까 리스트

말까, 를 해보기 4. 잘하려고 하지 않기

그렇다. 또 프리다이빙 얘기다. 지난 금요일 레벨 1 이수와 함께 프리다이버가 되었다.(댓글에서 그렇게 축하하시더라) 이 기세를 몰아 레벨 2를 등록했다. 참고로 레벨 1은 입문 단계고 레벨 2부터가 진정한(=테스트가 있는) 초급 프리다이버 단계다. 금요일 교육 때 스태틱도 엔간히 했고, 수면에 둥둥 뜬 채로 나마 25미터를 무호흡으로 주파했으며, 머리를 먼저 처박고 입수하는 것도 절반의 성공은 이룬 터였어서 어깨에 뽕이 들어가 있었다.  


아직 내가 교육받는 기관의 시스템을 잘 모른다.  카페 분위기를 보면 내가 선택한 요일에 따라 강사님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여유 있는 시간에 마침 레벨 1 교육을 맡았던 강사님이 출강하시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교육을 신청했다. 첫날처럼 대부분이 처음 교육받는 분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레벨 1 교육을 받으러 오신 분 한 분, 그리고 (금요일에 물에 들어가 본 주제에) 나흘 후에 레벨 2를 시작하는 나 말고는 대부분이 유경험자였다. 버디를 해 주신 분은 프리다이빙 배운 지 2년 되셨다고!


이런 분들과 다이내믹을 하고, 턴 연습을 하고, 다이내믹 테이블이라는 것까지 했다. 물론 나는 저 살 떨리는 릴레이 경주에선 일찌감치 탈락했다. 난간에 매달려 곰곰이 생각했다. '이상하다. 수면에서 무호흡으로 25미터를 가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왜 오늘은 이렇게 힘들까.' 스태틱을 2분 정도 했으니 호흡이 부족한 건 이유가 아니었다. 정적으로 2분을 참을 수 있으면 동적인 활동은 1분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사님이 말씀하셨으니까. 아무래도 다이내믹을 하기 위해 입수할 때 너무 애를 쓰는 모양이다. 그래서 산소가 딸리는 모양이다.  


강사님이 다른 분들을 코칭하시는 동안 레벨 1 교육생 그리고 2년 차 프리다이버 분과 부이 하나에 동동 매달려 프리이멀전을 연습했다. 그때 2년 차 교육생에게 좋은 팁을 많이 들었다. 이게 버디가 필수인 프리다이빙의 매력이지 싶다. 입수와 출수 때 서로의 슈트의 지퍼를 올려주거나 내려주며 인사를 했다. 헤어질 땐 뭐라고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나중에 또 기회 되면 뵈어요."라고 했다. 다른 분들은 방긋 웃으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젊은 언니들의 그 인사말이 쿨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나도 다음엔 그렇게 인사해야지. "수고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지트(기관 사무실을 이렇게 부르더라)에 들러 롱핀을 구입했다. 다이내믹 때 내가 힘들었을 거라고, 다른 사람들 핀은 다 롱핀인데 내 것만 아니어서. 보살 강사님이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셨다. 위로인 줄 알지만 위로가 됐다. 위로받은 김에 롱핀 겟. 나 이제 롱핀 있는 여자야.


다시 지리산 자락으로 돌아오는 길, 날씨가 기가 막히다. 적당히 올라온 내 텐션에 어울리는 날씨. 집에 돌아오자마자 둘째에게 말했다. "**아, 너도 하고 싶은 일을 해. 엄만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지만 너무 신나!" 점심을 준비하던 둘째 왈, "맞아. 엄마 화가 줄었어." ㅋㅋㅋㅋㅋ 밖에서 싸울 일이 없으니 화도 줄어든 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거 하다가 다시 싸우게 되면 그땐 또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홈메이드 마라샹궈에 곁들인 하이네켄. 행복하다.


오늘의 프리다이빙 로그북


1. 레벨 1 교육생이 스태틱을 하기에 나도 할 줄 알았다. 나는 따로 연습을 하라고 하셔서 스태틱 맛만 봤다. 출수 전 자세(발위치)에 집중하면서. 발판 주변이 좀 붐벼서 건너편에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버디 없이 혼자 돌아다니기 금물!

2. 스노클 낀 채로 방방 떠다니기. 이제 이건 좀 덜 무섭다. 스노클로 숨 쉬는 것(입으로 숨 쉬는 것) 자체가 너무 낯설었는데 이젠 약간 익숙해진 듯. 하지만 스노클을 문 채로 여전히 숨을 안 쉬고 있을 때가 있다!

3. 덕다이빙 비슷한 자세로 입수해서 다이내믹. 줄 위로 가라고 하시는데 줄 옆 혹은 줄 밑으로 간다. 함께 다이빙하신 일행 분의 말씀으론 입수는 잘 되는데 금방 뜨는 이유가 시선이 들려서라고. 암튼 입수에 신경 쓰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서 금방 숨이 찼다.

4. 프리이멀전으로 이퀄 체크. 헤드 퍼스트로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다. 이퀄도 첫날 보단 잘 됐다. 금요일엔 사다리에 매달려서 이퀄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 헤드퍼스트로 들어갈 때 다리를 모으면 좋다고. 선배 다이버 말씀으론 프리다이빙은 폼이란다.


할까 말까 리스트에 자꾸 프리다이빙 얘기만 해서 프리다이빙 로그북을 따로 만들까 한다. 아, 오늘의 큰 소득. 다이내믹 테이블에서 탈락 후 난간 부여잡고 서 있을 때 깨달았다. '음... 또 병이 도졌구나. 잘하고 싶어. 병.' 이제 시작인데 이걸 어떻게 잘하니. 게다가 난 물 공포증이 있던 사람이라고! 워워. 천천히. 내가 원하는 건 라이선스가 아니라 즐거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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