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순 Aug 16. 2023

프리다이빙 로그북

2. 덕다이빙과 다이내믹 사이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은 풀장에 많이 가기 싫었다. 가기 싫은 이유를 대라면 백가지도 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팔꿈치 상처가 덜 아물었고, 국가지정 공휴일에까지 물에 들어가야 하나 싶고, 너무 멀고, 너무 먼데 일주일에 두 번까진 너무 오버인 것 같고. 기타 등등.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 금요일, 덕다이빙을 다람쥐 쳇바퀴 돌기 종목으로 바꿔치기 한 다음, 나조차 잘 몰랐지만 쫄려 있었던 모양이다. 첫날 몸개그는 애교로 봐준다 해도 그 몸개그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도 여전히 몸개그에 머물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몸을 일으켜 세워 갈 채비를 했다. 보이차를 천천히 오래도록 마셨다. 잠시 태극권도 했다. 핀 가방을 오른손에, 친구가 챙겨준 새삥 수영가방을 왼손에 들고 보니 뭔가 비장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처음 뵙는 강사님 두 분, 레벨 2 교육생 네 분, 그리고 펀다이빙을 하러 오신 레벨 2 다이버들과 함께 입수했다. 내 버디는 선희님. 물 무서워한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에 관한 정보를 아낌없이 드렸다. 오늘의 베이비라며, 프리다이빙은 속도전이 아니니 천천히 하면 된다고 위로하신다. 시작은 늘 스노클이다. 수구 연습팀이 없어서 풀장을 더 넓게 쓸 수 있었다. 몸풀기로 하는 스노클인데 사실 나는 이때 제일 긴장이 된다. 두어 바퀴 돈 후 피닝 방법을 교정받았다. 스노클 할 때 피닝하는 위치에 대해서도 팁을 얻었다. 프리이멀전을 할 때 첫 번째 손 위치와 두 번째 손 위치도 확인했다. 빙글 도는 이유를 찾았다. 수면에서 이퀄하고 내려가면서 손 두 번에 이퀄 한 번, 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귀가 아프지 않으니 그냥 내려가곤 한다. 처음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겠다. 


오리는 다이빙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만 돈다. 준비호흡 때 이완하느라 팔과 다리를 벌리고 있는데 이 자세 그대로 입수를 하려니 힘을 못 받는 것 같다고 선희님이 말씀해 주셨다. 최종호흡 후 스노클 제거하고 이퀄하는 과정도 조금 더 신속하게 해서 산소 소비를 줄여 보자는 조언도 해주셨다. 오리는 조금 있다가 되어 보기로 하고 다이내믹 연습을 시작했다. 환장할 노릇이다. 덕다이빙할 땐 그렇게 안 내려가지더니 다이내믹하려고 입수를 하면 바닥을 친다. 5미터 바닥까지 내려왔다는 게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호흡이 딸린다. 첫날은 입수할 때 산소를 너무 많이 써서 호흡이 딸리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여전히 멘탈 문제다. 다이내믹할 때 중성부력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너무 내려간다 싶으면 고개를 들면 될까.


선희님은 힘이 빠져서 그럴 거라면서 풀장에 걸터앉아 쉬자고 하신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카페가 운영되는 메커니즘이 조금 짐작되었다. 강사들은 새로운 교육생들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회원들을 커버하기 쉽지 않다. 요일별 클래스에 등록한 강사 및 회원들을 확인하고 조금 더 친절하고 경험상 나와 맞는 버디를 찾는 수고가 필요하다. 


휴식을 마친 후 다시 부이에 매달렸다. 아까 코칭받은 대로 손의 위치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퀄은 여전히 빼먹었다. 입수 후 허리를 곧게 세우는 시늉을 하니 뭔가 느낌이 다르다. 풀장에 온 지 네 번째인데 오늘 처음으로 물속 세상이 편안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선희님 말씀받자와 자세를 곧게 한 후 다시 덕다이빙을 시도했다. 오, 오리가 되는 기분은 이런 기분이구나. 사실 뭐가 뭔지 모르는 기분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런데 덕다이빙 입수에 성공했다는 구세주 같은 선희님의 말씀! 바닥 치기를 목표로 다시 들어간다. 오오오! 바닥을 찍었다! 선희님, 감사해요. 풀네임을 알고 싶다고 여쭈니 세상에 '구'씨 성을 가진 선희님이라고. 그러니 내겐 구세주일 밖에!


오늘의 정리

1. 프리이멀전할 때 줄을 잡는 팔을 구부리지 말 것. 멀리 잡으면 됨.

2. 덕다이빙 할 때 자세 바로 잡고 입수.

3. 다이내믹할 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기.    


  





작가의 이전글 프리다이빙 로그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