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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Sep 15. 2023

프리다이빙 로그북

9. 나는 슈트가 있는 다이버로소이다

받았다. 드디어 받았다. 슈트를 받았다. 주문한 지 한 달 만에 바다의 푸른 빛깔, 오션블루 슈트를 수령했다. 슈트 대여비로 슈트를 한 벌 사게 되는 건 아닐까 초조해질 무렵, 아지트에 도착한 슈트를, 평가관님이 손수 들고 풀장에 왕림하셨다. 슈트 전달하러 일부러 오셨다고! (캄사합니다!) 오오오, 슈트를 받자마자 또 심장이 나댄다. 좋아도 뛰고, 무서워도 뛰고, 신나도 뛰고, 긴장돼도 뛰는 나의 하트여. 제발 나대지 말아 다오. 


그러나 바다의 푸른 빛깔 오션블루 슈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다는 넓기만 한데, 슈트의 구멍들은 왜 이리 좁기만 한가. 물에 빠져 죽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슈트 구멍 못 찾아 질식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님이 머리 구멍 찾아주셔서 질식사는 면했다. (강사님을 비롯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감사.)


슈트 장착 후, 여느 때처럼 몸풀기를 한다. 후드는 벗고 몸풀기를 해도 괜찮았을 텐데 그냥 했다. 혹시 다시 못 쓸까 봐. 몸풀기 후 인사 나누는 시간. 


"슈트는 이렇게 풀세트로 입고 나왔지만 물공포증이 있는 레벨 1입니다."


긴장을 풀려면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오고 긴장은 저리 간다. 2미리 슈트를 입고 입수하니 느낌이 마이 다르다. 프리이멀전 할 땐 몰랐는데, CWT를 하니 뭔가 몸이 뜨는 느낌이 든다. 피닝을 좀 더 힘차게 해야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반대로 올라올 땐 빛의 속도다. 남부대 풀장 천장을 뚫을까 걱정이 될 만큼. 오늘의 버디는 단단님. 단 거를 좋아하셔서 단단이라고. 이렇게 스윗하실 수가. 덕분에 다이내믹까지 몇 번 해봤다. 턴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는 단단님의 턴은 우아하기 짝이 없는데, 나는 머리 안 박으면 다행이다. 


오늘도 여러분의 도움을 받으며 물속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단단님, 슈트 못 벗어서 집에 못 올 뻔했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또 뵐 수 있길 바라요. 슈트 장착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나는 다음 주에도 풀장에 갈 거니까! 그땐 강사님들께 사진 찍어달라고 졸라야지.


-다이내믹할 때, 팔을 앞으로 쭉 뻗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심결에 손을 뻗지 않고 해 보니 그쪽이 더 편하다. 아무래도 손을 효과적으로 뻗지 못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그때 산소를 더 소비하는 것 같다. 여러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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