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아니었다
열 번째 로그북 이후 뜸했다. 프리다이빙을 접었냐고? 아니다. 정녕코 아니다. 로그북을 쓰지 않았다고 풀장에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이어 이번주는 일, 화, 수 사흘을 풀장에서 보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사실 9월 중순쯤만 해도 창대한 계획이 있었다. 추석 전 레벨 2 이수! 시월은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니 좌우지간 담판을 낼 작정이었다.
목요일 풀장에선 말을 섞고 싶어 하지 않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버디를 만났다. 나 역시 신소리 찌끄리면서 농담 따먹기 하는 파트너를 선호하지는 않으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분은 말뿐만 아니라 버디가 상호 간에 주고받아야 할 수신호(오케이 사인)도 대충 넘어가는 스타일이셨다. 출수와 동시에 주고받아야 할 생명줄과도 같은 사인,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하고 입으로 오케이를 발화해야 완료되는 이 사인을 나는, 버디가 딴 데 보면서 딴짓하는 사이 자주 허공에 찌끄려야 했다. 다른 교육생들 교육하는 사이사이, 덕다이빙과 CWT턴 자세를 봐주는 강사가 있었고, "오, 이제 딥스(36미터 잠수풀) 가도 되겠는데."라는 말을 간간히 들었고, 우야둥둥 예전처럼 남의 부이로 올라가는 몸 개그는 그만뒀으니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몸은 알고 있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일요일 풀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다음 달 수영강습 신청을 위해 몰린 인파 속에는 다이버들도 여럿 섞여 있었다. 레벨 3과 강사후보 다이버들이 나타났고 나와 같은 레벨 1,2 다이버들도 어색하게 무리에 끼었다. 두어 차례 버디로 만난 DD님이 계셨다. 반가웠다. P강사도 계셨다. 열성적이고 사려 깊은 P강사님, 많이 배운다. 지난 5월 레벨 1을 딴 후 풀장에 처음 오셨다는 한 분, 그리고 DD님과 같은 부이에 매달렸다. 이날도 오리빵은 부지런히 구웠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 이상했다. 아니 어색했다.
(월요일은 태극권 하느라 하루 쉬고) 화요일, 다시 풀장에 갔다. 석연치 않은 기분을 해결해야 했다. P강사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면 현타가 왔다. 입수할 때 내 느낌과 현실은 달라도 참 많이 달랐다. 덕다이빙 입수 시 다리가 벌어지는가 하면, 입수와 동시에 부이줄을 찾으라는 L강사의 명을 받잡다 보니 자세가 틀어졌고 잘못된 피닝 때문에 부이줄에 너무 가까이 달라붙기 일쑤였다. 프리이멀전 할 때 쳐들지 않던 고개를 덕다이빙할 때 다시 들기 시작했다. 화요일에도 별 소득 없이 출수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멀었다.
수요일 새벽, 결국 풀장 모임에 참석 댓글을 달았다. 저녁에 세미나가 있고, 목요일 아침 일찍 명절을 쇠러 출발해야 했지만 찝찝한 기분을 해결해야 했다. 강사님이 조금 늦게 입장하셨지만 짧은 시간 동안 빡트를 다짐하셨다. 마침 교육생이 없어서 다이버들끼리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다정한 YS님과 해루질 라이선스가 있다는 초면의 다이버와 함께 버디를 섰다. 1시간 반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나름 오늘의 목표를 세웠다. 조급해질수록 릴랙스 하기. 될 듯 안 될 듯 안 될 땐, 패기 있게 다음 기회를 약속하기. 여전히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지만 셋 중 베스트 릴랙스로 선정됐다. 레벨 1,2에선 기술보다 릴랙스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감미로웠다.
갈까 말까 망설인 오늘의 입수였지만, 소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부이를 왼쪽에 두고 입수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껏 오른쪽에 두고 했다. 깊은 수심 갈 때 오른손잡이가 역방향으로 입수하면 랜야드에 걸려 덕다이빙 못한다. L강사와 빡트할 때 내내 오른쪽에 부이를 두고 입수했었다. 그때부터 버릇이 들었고, 양손잡이라 어느 쪽도 괜찮지만 낯선 일은 양쪽 모두 불편하다.
->부이는 왼쪽에 둔다. 왼손으로 부이 잡고 오른손으로 이퀄
2. 입수하는 동시에 부이 찾으려고 몸을 틀다 보니 자세가 몽땅 망가진다. 일단 덕다이빙을 정확하게.
-> 몸 일자로 만들고 (너무 핀질 많이 하지 말고), 팔 정확히 꽂고, 물구나무 정확하게 하고.
3. 덕다이빙 자세부터 완전하게 만들고 부이 줄 찾는다. 입수 후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틀면 된다.
4. 부이 줄 찾은 후엔 몸을 일자로 쭉 뻗는 느낌 아니고, 살짝 허리를 굽히는 느낌으로, 태극권 할 때 가(상반신과 하반신을 연결하는 부위)를 살짝 접는 느낌을 살린다. 허리에 힘을 주면 몸이 뒤로 휘고 줄에서 점점 멀어진다.
터닝은,
캔디볼은,
나중에 잡자.
추석 전에 할 일을 추석 후로 미루는 패기를 부려도 좋다. 왜냐면, 난 다이빙 계속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