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그레이스>
성애와 폭력과 하류층의 유감스러운 반항, 이 세 가지 조합은 그 당시 기자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19세기 내내 언론을 장식했고, 여론은 계속 둘로 나뉘었다. 그녀에 대한 태도는 당시 여성의 천성을 대하는 이중성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범행을 부추기고 낸시 몽고메리를 실질적으로 살해한 악마의 화신이자 요부였을까 아니면 맥더모트의 협박과 자기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희생양이었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문을 잠그든 안 잠그든 조만간 들어올 방법을 찾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어떤 주인은 하녀가 종일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안에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죄인이 되죠.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 그레이스의 독백, 메리 휘트니의 죽음 이후
죽음으로 가는 길은 캄캄하고 가는 길을 밝혀 줄 달빛조차 없어요. 교수형을 받는 그 길이 두려웠을 텐데 혼자 가기 외로워서 자기와 같이 가길 원했을 거예요.
죽은 사람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고, 외로워하는 인간을 비난할 수는 없어요.
- 그레이스의 독백, 맥더모트에 대한 심경
신의 은총이 내렸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면, 지옥에 떨어지거나 구원을 받는 것이 내 소관이 아니니 모든 걸 깡그리 잊고 자기 할 일이나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이 엎질러졌는지 어떤지 하느님만 알 수 있고 치우는 것도 하느님만 할 수 있다면 엎질러진 물을 놓고 울어 봐야 소용없는 거 아니겠어요? (중략)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정색하고, 깨끗이 씻은 손에 장갑을 끼고, 모든 이야기를 준비해놓은 일요일에만 하느님에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하느님은 도처에 존재하고, 인간처럼 가두어 둘 수 없는 존재인 것을.
- 그레이스의 독백, 인간의 위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