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씨앗을 심었다.
홈가드닝 키트 안에 있는 설명서에 따라 배수가 잘 되도록 훍 아래 자갈을 깔고 배양토를 채운 후 흙이 다 적셔지고 흐르도록 물을 주었다. 물을 머금은 흙 위에 씨앗을 뿌리고 두 줌의 흙을 이불 덮듯 덮어준 후,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끝.
꽃을 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뿌리가 나왔는지 보겠다고 덮었던 흙을 걷어 내어서는 안 된다.
기다리며, 때에 맞춰 물을 주고, 해와 바람을 만나면 어느새, 꼭 알맞은 때에 싹을 틔우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꽃을 피울 것이다.
당장에 열매를 보지 못해도 괜찮다. 예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씨앗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가.
피어나면 더욱 기쁘고 감사하겠지만, 오늘의 흙내음이, 첫째와 함께 한 시간이, 기다리는 기대가..
이 모든 과정이 꽃보다 귀한 경험인 것을.
매주 수요일에 대안학교에서 만나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물을 조금 주었다.
이미 학교의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이들을 통해 뿌려진
씨앗들에 아주 작은 역할을 보탠다.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고, 속마음을 나눌 수 있음이 감사하다.
오늘도 언젠가 우리가 이 시간을 돌이켜 볼 때
그때 참 행복했다, 할 수 있을 하루를 쌓았음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 심은 씨앗은 싹이 나지 않을 수 있으나 아이들은 결국 각자의 빛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꽃들을 피우고 각자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인생의 숲을 걸어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