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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23. 2021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고요!

경계에서 부유하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서 #1

나는 등록된 시각장애인이다.

이전에는 6급 시각장애인, 지금은 경증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장애 등록을 한 건 2005년 여름 즈음.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확인한 것은 1988년 즈음.

장애를 가진 채 살았으나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명명하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장애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내가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독일 유학 중에 장애인을 위한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서도 '그들'과 '나'를 일치시키지 못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일반' 유학생이었고, 내가 '돕는' '그들'은 '도와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 단체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하던 중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Sonia는 시각장애 몇 급인가요?


시각장애? 몇 급?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장애인이 아닌데? 시각장애가 무슨 말이지? 급은 또 뭐고?

그날 하루 종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가장 큰 충격은 나를 '시각장애인'으로 부르며 급수를 물어보는 그분의 순수한 표정 앞에서

너무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이었다.

분명 나는 장애가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살겠다며 그 단체에 스스로 들어갔고, 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할 수 있었는데,

나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단어로 지칭될 때 분노의 감정이 일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모순이란 말인가.


왜 나를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집에 돌아와 엉엉 울면서 더 많은 감정을 경험했다.

울음의 시작은 여전히 분노였다.

나에게 말을 걸며 바라보는 그분의 시선에 동정이나 악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그분이 나를 '시각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분노의 감정이 일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왜 나는 장애를 지니고 살고 있으면서도 나를 '장애인'으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 사실이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왜 분노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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