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과 늘 불안했던 하루하루
어머니, 아무래도 병원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심각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은 엄마를 불러오라 하셨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몇 년을 괴롭힌 증상의 정체를 알아보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머리에 전기선 같은 것을 붙이고는 컴퓨터에 떠다니는 점을 보게 하기도 하고,
눈에 약을 넣고 이런저런 기계들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기계에서 반복적으로 나는 소리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결국 안과에선, 교정이 불가능하다 했다.
극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는 두 시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나타나는 증세이기에 그냥 이렇게 버티며 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참 후 시각장애인 등록을 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선 안구, 각막 등 모두가 정상인데 시신경이 부족하여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아주 희미한 색깔과 빛만 보이는 내 오른쪽 눈.
오른쪽이 약한 탓에 오른쪽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히거나,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할 때가 있다.
차의 오른쪽도 많이 상하다 못해 결국엔 폐차를 시켜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거리감이 없다 보니, 오른쪽으로 주차를 해야 할 때마다 벽을 긁고, 기둥을 긁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내 고개는 항상 시계 분침이 10분을 향하듯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미용실에 가면 고객님, 머리를 똑바로 해주세요,라고 하며 내 고개를 왼쪽으로 옮기는데
그때마다 나는 내 고개가 왼쪽으로 한참 기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 나는 남들과 달라야 하는지,
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시달려야 하는지,
왜 두통이 시작되는 날에는 두 눈이 다 보이지 않고 그렇게 울렁울렁하는지...
왜 아무리 기도해도 낫지 않는지 불평하며 참 많은 시간 울었었다.
'그 날'이 오면 갑자기 잘 보이던 왼쪽 눈에 검은 점, 하얀 점이 떠다녔다.
사람들의 얼굴을 점들이 뒤덮고, 책을 점들이 뒤덮어 자꾸만 눈을 감았다 떠봐도
점점 그 점이 커지다 결국엔 참을 수 없는 두통으로 이어지는 그 날.
머리가 아프다 못해 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픈 통증이 하루 종일 이어지다
어지러움과 구토가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그 날.
모의고사를 보는 중간에 찾아오는 두통과 구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며 대화하는 중에 찾아오는 시력 마비..
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 날이 오늘일까 싶어 불안하고 두려운 하루하루를 살았다.
우울했고, 죽고 싶었다.
매일매일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다가..
몇 가지 이유로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매일 아프고 매일 슬프던 나는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살았다.
내 마음을 괴롭히고 내 몸을 괴롭혔다.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어 무언가를 의지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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