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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Dec 17. 2022

인생은 선물을 풀어가는 걸음이다.

정현종,  <방문객>에 기대어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한동안 노래에 기대어 글을 쓰다 오늘은 시에 기대어본다.

올 2022년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 유독 많은 한 해였다.

그중 가장 희한한 일 넘버 원에 꼽을 일은 주례를 섰다는 것.

그것도 두 번이나.


상호문화 전공자로서 고정관념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안에 많은 고정관념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주례 부탁을 받고 나서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주례를 부탁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나의 비주얼이나 사회적 위치가 주례자와 거리가 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너무나 사랑하는 이들이었기에 겨우 수락을 했다.

어쨌든 내 안의 고정관념과 싸워 이기며 수락은 했으나 결혼 생활을 이제 겨우 햇수로 17년, 아직 좌중우돌 중인데 결혼에 대한 무슨 조언을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슨 내용을 채워야 하나 고민하다 두 번 다 하객들을 위해 신랑, 신부가 결혼에 이르게 된 러브스토리를 간략하게 전달해드린 후 둘을 위해서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읽어주었다.

읽으며 나도 다시 나의 결혼에 대해, 이웃을 환대하는 마음 가짐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시는 참 놀랍다. 세월을 눌러 담고, 감정을 눌러 담은 단어들. 행간의 의미들.

다 알고 있는 단어들인데, 어떻게 그 자리에 가 있기 때문에만 완성되는 의미가 있는지 너무나 놀랍다.

오늘도 다시 한번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내게 오는 인생들을 선물로 받고, 곁에 허락된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온몸과 마음으로 환대하고 싶다.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그 귀한 이들을.




두 분은 오늘 실로 어마어마한 날을 맞이했습니다.

서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났습니다.

서로의 과거를 사랑해 주시기를, 그 안에 각자가 받은 상처와 아픔이 있다면 서로를 안아주고, 칭찬받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맘껏 칭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때로는 각자의 시간과 자리에서, 또한 함께 하는 시간과 자리에서 서로의 현재를 응원하며 서로에게 첫 독자와 첫 서포터가 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함께 미래를 그리며, 이미 그 미래를 성취한 것처럼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서로가 기댈 언덕이기도 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온 것을 기억하며 바람처럼 서로를 환대하는 두 분이시기를 축복합니다.

- 부끄러운 주례사 중 <환대>에 기댄 부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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