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언덕 너머에 | 황푸하

황푸하 & 이선지 EP [답장] Track. 3

by Sonia

저 언덕 너머에

작사|작곡 황푸하


저 언덕 너머에

내가 좋아하던 꽃밭에

나를 기다린 사람들


오랜만이야

우리 아무 일 없이

이제 이렇게 자주 만나자


이별이 없는

깊고 푸른 밤

여기에 자리를 잡고


그간 있었던 일

천천히 풀자

시간은 영원하니까


나의 등 뒤로

아직도 흐르는 눈물들

이제 슬퍼마세요


나는 잘 있어

기다리고 있으니

그대는 천천히 와요


가끔씩 나는

편지를 써요

그대가 보길 바라며


꿈에서라도

찾아 갈게요

가끔씩 기억해줘요


그동안 아픈 기억들

이제는 잊어버리고

당신의 사랑을 생각해


잠깐의 이별이지만

다시 만나는 날까지

눈 좀 붙일게


날 잊지 말아요


<저 언덕 너머에>는 다른 분의 공연을 갔다가 우연히, 하지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노래이다.

삼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코드 진행 속 가사가 심상치 않았다.

저 언덕 너머.

다시는 이 생에서 만날 수 없는 이들, 강을 건넌 사람들이 사는 곳.

남겨져 아직 울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저 언덕 너머에 도착하여 '살고 있는'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음원 발매 전에 들었던 노래를 발매 날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들었던 날.

인트로에 라이브보다 더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그 가사가 이렇게까지 경쾌한 리듬, 멜로디에 얹힌다고?

하지만 듣다 보니 더 깊은 헤어짐의 슬픔과 다시 만날 소망의 기대가 가득한 가사가 더 또렷이 들렸다.


노래를 들으며.. 이별이 없는 깊고 푸른 밤,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헤어질 염려 없이 영원의 시간 속에서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들.


2005년 1월, 아버님이 떠나셨다.

두 달 동안 코마 상태로 계시던 아버지를 그렇게 떠나보내고도 당시 애인이었던 남편은 울지 않았다.

장례 내내 곁에서 지켜보면서.. 상주가 너무 씩씩해서 슬픈 표정을 좀 지으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을 정도였다.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도 계속 괜찮게 살아갔다.

부정하고, 화내고, 직면하고, 인정하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듯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고 남편은 길거리에서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아무 맥락 없이, 그냥, 갑자기.

꾹꾹 눌렀던 그리움이.. 그 어떤 도화선도 없이 폭발했던 날.

그저 등을 쓸어주며 같이 길에서 울 수밖에 없었던 날이.. 왠지 이 노래를 들으며 떠올랐다.


한 번에 한 명 면회가 허락된 중환자실.

코마 상태 계신 아버님께 처음으로 고백을 했었다.

아버님 아들, 이 남자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친정 부모님이 반대하는 만남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대답 없으신 아버님께 물어보았던 날은 나와 아버님만 아는 비밀 이야기이다.

언젠가 아버님을 저 언덕 너머에서 만나는 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풀고 싶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왔다고..


영원의 시간 속에서, 같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함께 시간을 지새우며 대화하는 상상을 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저 언덕 너머로 보낸 이들이
오늘 밤 이 노래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꿈에서라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는 밤이기를..




[함께 듣기]

https://youtu.be/ZcLh-DveN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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