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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03. 2022

나를 힘들게 하는 부류의 사람들.

The war for kindness.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무언가를 써 내려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요즘 많이 하고 있는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을 것 같아 억지로 자리를 펴고 앉았다.

(사실 늘 노트북 앞에서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기에 웹사이트 하나만 열면 글을 쓸 수 있음에도, '글을 쓴다'는 것, 특히나 '독자가 읽을 가능성이 있는 글을 쓴다'는 것에는 업무 관련 이메일을 쓰거나 강의의 홍보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바이브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

요즘 자밀 카키의 <공감은 지능이다>를 읽고 있다.

부제는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더 나은 삶, 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워라밸이 있는 삶, 휴식이 있는 삶,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삶, 전쟁 없이 평화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삶 등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자밀 자키는 이 책에서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공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원제는 <The war for kindness>이다.

공감하며 친절을 베푸는 삶, 자칫 나약해 보이는 그 삶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니!


이 책은 나름 그동안 "정서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읽어온 많은 정서지능 책 중 가장 이해가 쉽고, 따뜻하고,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론서도, 간증도 아닌, 저자의 삶의 경험으로 인한 철학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팩트와 연구 결과가 적절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탄탄하게 친절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다양한 사람들과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오늘 이 글의 제목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시간이었다.

오늘 오전에도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들로 인해 힘들어하는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고, 나는 어떤 부분에서 괴로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바로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감정을 짓밟는 사람이다.

작은 배려조차 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들.

충분히 모멸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어쩌면 일부러 모멸감을 주는 단어를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책임도 분명 섞여 있는 상황에서조차 온전히 상대의 책임으로 일의 전반을 해석하면서 자신은 뒤로 발을 빼버리는 사람들.


그럼에도 그들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어쩌면 그들은 공감이라는 지능이 존재함에도 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평생을 살아왔거나, 공감을 했다가 상처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감정은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는 교육을 받았거나, 어쩌면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을 만큼 마음이 아주 많이 아픈 사람일지 모른다고.

아픈 사람일까 아니면 정말 나쁜 사람일까.

그들이 본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친절을 위해 애써준다면,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시도라도 해준다면 어쩌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그들 주변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힘들어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다 선물해주고 싶지만, 그것은 매우 오지랖이 될 것임으로.. 지금 이 상황에서 교육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여 나 또한 공감을 더욱 키우고 맡은 학생들에게 공감이라는 지능을 발견하게 해 주고, 또 그 지능을 개발하고 훈련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학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내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맨다.

The war for kindness!

친절하기 위해 모든 것을 끌어모아보자. 자밀 자키가 자신하는 것처럼,  그것이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분명 더 나은 삶을 선물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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