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ia Jan 06. 2023

상대평가라 미안해

성적 확인 주간에 대한 괴로운 단상

이번 주는 내내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어제도 몇 통의 전화를 받고 이메일을 받았다.

도대체 성적이 왜 이렇게 나왔냐는 것이다.


정산된 성적을 알려주면 수긍을 하지만

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는 걸 이해시키는 과정이 괴롭다.

원래는 A인데 퍼센티지 때문에 B가 되었다는 걸,

처음 취득한 성적은  B인데 석차 상 C로 밀렸다는 걸.

그렇게 입력해야만 하는 나의 괴로움은

평생 가져가야 할 성적표를 받아 든, 평균이 달라져버릴

졸업성적을 안게 될 학생의 괴로움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줄 세우기 식 공부, 암기식 공부를 없애야 한다는

대다수의 동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술마저 암기로, 미술 실기마저 암기로 해야 하는 상황.

실기장 빛이 왼쪽에서 들어오는데 배우고 외운 건 오른쪽이라

그림자를 뒤바꿔 그렸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학생의 성적은 곧 가르치는 나의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게 해야 할 몫, 알아듣고 소화하게 만들 책임은 교수자에게 있으니.

물론 불성실한 학생에 대한 책임까지 질 수는 없으나

적어도 왜 불성실한지는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아보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집안에 큰일이 생겨있는 경우가 많다.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힘내어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이 많다.


다음 학기부터는 이유들을 묻지 말아야 할까.

시험을 아주 어렵게 내야 할까.

지각 한 번만 해도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감점을 해야 할까.

공감도 소통도 세계시민이 될 자질도 생각지 말고,

상호문화적 삶을 사는 연습도 버리고 열심히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성적 기준을 만들어야 하나.


한국 교육의 상대평가 시스템이 밉다.

창의적으로 가르치고 싶어도, 하고 싶은 것들을

풍성하게 하면서도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싶어도

마무리가 이렇게 되는 게 너무 싫다.


모든 게 절대평가인 독일에서 대학들을 다니고

코로나시절 교수자가 되어서 나만 이런 건지.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한 주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거와 미래가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