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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19. 2023

나의 아주 오래된 습관

7분 글쓰기 <길 위의 인문학 편>

나의 오래된 습관.

습관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1.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2.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교정된 반응

이라고 되어 있다.


6살쯤이었다. 기타만큼 작은 첼로를 선물 받았던 날.

무대 위에 서면 산처럼 커 보이는 아빠처럼 첼로를 안고 활을 그어 보았다.

첼로를 할 줄 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이들 앞에 자주 서야 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무대에 서기 전엔 늘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먹으면 체할 것 같기도 했고, 실제로 체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늘 공연 전에는 굶게 되었다.

두근대는 심장이 첼로 등판에서 느껴질 때의 기분 좋은 긴장은 좋았지만, 가끔은 꼬로록 소리가 함께 나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혹시나 멀리 앉은 청중 중에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걱정되기도 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첼로를 안고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연주 전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걸 깨달았다.

긴 시간의 간극도 내 습관을 바꾸지 못했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왠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앗, 그러고 보니 강의 전에도 뭘 못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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