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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20. 2023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7분 글쓰기 <조던 스콧의 글에 기대어>

나는 어릴 적 말을 못 하는 아이였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면 엄마는 말했다.

"넌 뭘 그렇게 맨날 쓸데없는 걱정을 하니?" 

난 걱정을 한 게 아닌데.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외워!"

나는 그 시를 쓴 윤동주의 마음이 궁금한데 학교에서는 자꾸 왜 그 단어가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그 단어 안의 이런저런 숨은 뜻을 외워서 점수를 받으라 했다.


"윤동주에게 물어봤어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삼켰다. 그 후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말을 해야만 하는 자리에서는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지 귀에서 쿵쿵대는 심장소리를 듣느라 힘이 들었다.

쿵쾅쿵쾅.


내 차례가 오면 횡설수설하다 마음으로 울어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였다는 걸 우리 아빠가 알아줬다면, 엄마가 알아줬다면, 나의 궁금증이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30년쯤 후에 강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거라는 걸 알아줬다면 나는 좀 더 행복했을까?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낭독하면 늘 울참에 실패한다.

나의 눈물 버튼.

아이에게 그런 아빠가 있어 참 다행이다.

조던 스콧이 이렇게 놀라운 작가로 살아줘서 다행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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