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무엇이라도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물이에요.
졸졸 흐르다가
흙 벽이 나타나면
가만히 물고기를 품어요.
나는 얼음이에요.
푹푹 찌는 여름,
사이다랑 손 잡고
미지근한 수박 속에
풍덩
다이빙하면
누군가를 살게 하는 화채가 돼요.
나는 구름이에요.
쩍쩍 갈라지는 땅에
친구들과 온 힘을 다해
비가 되어 내려가면
연못이 될 수 있어요.
나는 수증기예요.
콜록콜록 기침하는 아기를 위해
유칼립투스 오일과
손을 잡고
목을 감싸면
아기가 편안해져요.
나는 눈이에요.
뾰족뾰족 튀어나온 곳에
쌓이고
쌓이면
둥글게 하얗게 돼요.
기꺼이 고생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나는
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