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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31. 2023

나는 물이에요

우리는 오늘 무엇이라도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물이에요. 

졸졸 흐르다가 

흙 벽이 나타나면 

가만히 물고기를 품어요.


나는 얼음이에요. 

푹푹 찌는 여름, 

사이다랑 손 잡고 

미지근한 수박 속에 

풍덩 

다이빙하면 

누군가를 살게 하는 화채가 돼요.


나는 구름이에요.

쩍쩍 갈라지는 땅에 

친구들과 온 힘을 다해  

비가 되어 내려가면 

연못이 될 수 있어요.


나는 수증기예요.

콜록콜록 기침하는 아기를 위해 

유칼립투스 오일과 

손을 잡고 

목을 감싸면 

아기가 편안해져요.


나는 눈이에요.

뾰족뾰족 튀어나온 곳에 

쌓이고 

쌓이면

둥글게 하얗게 돼요.


기꺼이 고생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나는 

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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