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받은 것에 대하여
내가 가진 것 중 다른 이에게 대가 없이 나눌 수 있는 것
#10일차
내가 가진 것 중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은 거저 주어진 재능, 거저 주어진 재능으로 인해 벌게 된 돈, 거저 받은 24시간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글자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 태어나서이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가끔은 굶었어도 목숨이 끊어질 만큼 먹지 못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버는 것도 벌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과 거저 주어진 재능 때문이다. 물론 내가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그건 내게 주어진 모든 것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 시간을 필요로 하면 최대한 나누려 노력한다. 곁을 내어주는 것이 어떨 때는 먹거리를 나누는 것, 재능으로 무언가를 나누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학생들이 상담을 요청하면 거절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방이 필요하면 우리 집 방 한 칸을 내어주려 노력한다.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자면 손님이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낼 돈이 없어 울고 있는 학생의 월세를 몇 달 대신 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만큼의 여유가 되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강의료나 공연료를 받을 수 없는 곳이라도 내가 거저 받은 재능이 꼭 필요한 곳에는 가려고 노력한다. 나 또한 거저 들은 라디오의 수많은 음악들, 좋은 강연들로 인해 자라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를 돌보지 못한 채 다 나누다 번아웃이 자주 왔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혹은 에코이스트가 아닌가 고민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견딜 수 있고, 갈 수 있고, 가족들도 희생하지 않는 선을 지키려 노력한다. 이제야 조금 균형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거저 받은 공기로 숨을 쉬었고, 거저 받은 능력으로 먹고 마셨다.
참으로 놀라운 오늘 하루. 참으로 선물이었던 하루. 내일도 눈을 뜬다면 그것은 기적이리라.
기적을 누리며 누군가에게 작은 숨구멍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내일도 참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다.
나를 견뎌주고,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기다려준 분들로 인해 숨을 쉬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싶다.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기억한다면 거저주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