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북콘서트 직전 마지막 튜닝을 하던 중 C현이 끊어졌다. A현은 자주 끊어지기에 스페어를 늘 가지고 다니지만 C현이 끊어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아무 대책이 없었다. 게다가 내 첼로는 올 수리를 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 새 현이 이렇게 끊어진다니,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을 순간 되새기며 안드로메다로 가려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가져간 스페어 A현을 C현 자리에 끼워도 소리가 제대로 날 턱이 없으니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남은 세 현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준비했던 악보를 얼른 훑어보니 다행히 두 곡은 세 현으로 가능했다. 왠지 모르게 더 가져가야 할 것 같아 챙긴 악보 중에도 세 현으로 가능한 곡이 있었다.
그래, 그냥 세 줄로 하자!로 마음먹은 순간 객석에 계신 분께서 말씀하셨다. "와! 첼로마저 오늘 공연에 딱 맞추어졌네요. 벌써부터 감동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상황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해졌다. 그렇구나! 장애를 이야기하는 공연에 첼로마저 세 현이 되었구나.
북콘서트가 시작되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오가던 중 진행자 분께서 "공연 직전 첼로 현이 하나 끊어졌고, 지금 그 자리를 관객분들이 채워주고 계십니다." disabled 한 상황처럼 보였던 사건이 꽉 꽉 채워지고 넘쳐 able을 넘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풍성함으로 채워진 순간이었다.
참으로 참으로 잊을 수 없을 경험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 현으로 무대에 선 날. 나의 삶의 일부인 장애를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며 장애가 생겨버린 첼로와 함께 연주한 날. 놀랍고 감사했던 시간. 진정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