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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26. 2021

모두를 위한 점자블록

경계에서 부유하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서 #4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이후, 나 또한 시각장애에 대해 얼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쁜 쪽 눈이 0.02 이하이기에, 

개정 전에 '6급 장애인'이었던 나는, 이제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나는 오른쪽의 시력이 전혀 없다. 

시력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시력이 없다고 기록되었지만,  모든 것이 검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른쪽 눈으로 글씨는 볼 수 없지만, 아주 희미한 색들과 빛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시신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을 '저시력자'라고도 한다.

전맹의 상태는 시신경이 없어서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2005년 장애 등록을 하고, 통신사에 복지할인 신청을 한 후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신청한 다음 달에 도착한 청구서를 열어보니 온통 하얀색으로 비어있는 두꺼운 종이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프린트가 되지 않고 왔나 자세히 보았더니, 그 종이는 바로 점자로 된 청구서였다.


보통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전맹의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 눈이 다 나의 오른쪽 눈 같으신 분들이 전체 시각장애를 지니신 분들 중 더 많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해, 장애 등급에 대해, 각자의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할 때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한쪽 눈은 잘 보이는 나 같은 사람이 실수로 점자 청구서를 받는 것은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사실 이것도 그렇다 치기에는 장애감수성이 더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인식의 문제로 인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점자블록이 노란색인 이유는 흰 지팡이를 눈으로 사용하는 전맹의 시각장애인 분들과 함께 바로 두 눈 다 내 오른쪽 눈 같이 색깔과 빛만 보이는 시각장애인들이 눈으로도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전맹의 상태이신 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길'이고, 저시력인 분들을 위해서는 exit등 같은 존재인 것이다.


점자블록은 도로 디자인의 일부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 뿐 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디자인이다.

https://youtu.be/FLyE4ecUJVY

영화 엑시트가 알려주는 점자블록의 중요성


점자블록은 결국 영화 엑시트에서처럼 급박한 상황 속에서 비장애인들의 생존을 돕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눌러 여는 문손잡이도 마찬가지다. 잠시 손을 다쳤을 때, 돌려 여는 문손잡이와 눌러 여는 손잡이가 얼마나 큰 차이일지 생각해 보자.


이러한 장애 감수성 관련 영상들이 더 많이 제작되고, 보이고, 정책의 변화까지 일으키면 좋겠다.

나의 불편과 편함의 기준이, 미관의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안전과 위협을 가르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는 우리이기를.

내가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그 일이 언젠가 나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를.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애쓰며 그로 인해 나도 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http://www.sa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217


https://blog.naver.com/miralorg/221681325323

- 2019년 개정된 시각장애등급 판정기준

https://www.totalkor.com/2019/07/2019_95.html


- 개정 전 시각장애 판정기준

https://www.totalkor.com/2017/01/blog-post_52.html

- 전맹 캡처 사전 출처

https://ko.dict.naver.com/#/entry/koko/69e98dbfd5f148368e91a1b1f5cfa7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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