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멀리서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던 그 아이가
그 아이가 걸어왔다 아들처럼 아침밥을 차려줬던
눈이 마주쳤다
찬 바람 스친다
미소 혹은 비웃음
잠이 오지 않던 밤
쨍그랑, 쨍그랑, 쿵, 쿵, 쾅, 쾅,
문 틈 사이로 보이는 환한 빛
새벽 네 시
멍든 엄마와 깨진 그릇, 그리고 파란 운동화
고함소리, 파란 아빠,
곤히 잠든 내 동생, 예쁘고 사랑스런 내 동생
파란 미키마우스 그려진 베개 안고 내 방에 온 내 동생
조용히 소리친다
전화기 너머 앳된 안내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죽을 고비 두 번 넘기고도 여전히 파란 아빠에게
부끄러울 줄 모르는 사람에게
꿈을 꾸었다
네모 반듯한 아파트와 그걸 몸에 감아 끌고 가던 엄마
엄마, 어디가?
힘없이 뒤돌아보던 내 엄마
파랑 운동화 신은 내 엄마
새벽 두 시
사랑스런 아기, 동그란 아기, 지붕 있는 집을 두고
기어코 떠나려던 마음에도 갈 곳이 없었다지
엄마 그날 엄마를 잡지 말 걸 그랬어
가다가 엄마가 뒤를 돌아보면 뭐라고 말해줄까?
그래도 웃어야지
그래도 웃어야지
너희도 가려니?
떠나보낸 이가 몇인가
붙잡을 힘이 없다
그래도 웃어야지
그래도 웃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