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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Apr 16. 2024

새벽 네 시와 파란 운동화

엄마, 그리고 엄마

꿈을 꾸었다

멀리서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던 그 아이가

그 아이가 걸어왔다 아들처럼 아침밥을 차려줬던


눈이 마주쳤다

찬 바람 스친다

미소 혹은 비웃음 


잠이 오지 않던 밤

쨍그랑, 쨍그랑, 쿵, 쿵, 쾅, 쾅,

문 틈 사이로 보이는 환한 빛

새벽 네 시


멍든 엄마와 깨진 그릇, 그리고 파란 운동화

고함소리, 파란 아빠,

곤히 잠든 내 동생, 예쁘고 사랑스런 내 동생

파란 미키마우스 그려진 베개 안고 내 방에 온 내 동생


조용히 소리친다

전화기 너머 앳된 안내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죽을 고비 두 번 넘기고도 여전히 파란 아빠에게

부끄러울 줄 모르는 사람에게


꿈을 꾸었다

네모 반듯한 아파트와 그걸 몸에 감아 끌고 가던 엄마

엄마, 어디가?

힘없이 뒤돌아보던 내 엄마

파랑 운동화 신은 내 엄마


새벽 두 시

사랑스런 아기, 동그란 아기, 지붕 있는 집을 두고

기어코 떠나려던 마음에도 갈 곳이 없었다지


엄마 그날 엄마를 잡지 말 걸 그랬어   

가다가 엄마가 뒤를 돌아보면 뭐라고 말해줄까?

그래도 웃어야지

그래도 웃어야지


너희도 가려니?

떠나보낸 이가 몇인가

붙잡을 힘이 없다

그래도 웃어야지

그래도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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