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다섯 가지 #3
정밀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에 3센티 넘는 종양 하나, 2센티 넘는 종양 하나가 발견 됐다.
내게 찾아온 유방암 타입은 HER2와 호르몬수용체에 다 양성 반응을 보인 침윤성 삼중양성 유방암이다.
HER2 양성 타입은 매우 공격적인 암이고, 종양이 커지는 속도도 빠르지만 전이도 빠르다.
암의 기수는 크기와 전이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1-2기는 전이가 되지 않는 상태, 3기는 종양 근처에 전이된 상태, 4기는 장기나 뼈, 뇌 등으로 원격 전이가 된 상태를 말한다.
나는 오른쪽 유방에 두 개의 종양이 있고 피부와 임파선에 전이되어 3기 초반으로 진단을 받았다.
종합 검사로 나의 상태를 살핀 유방 외과 교수님은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하셨고, 종양의 위치 때문에 유두도 살릴 수 없다고 하셨다.
임파선에도 6센티가 넘는 종양이 있어서 선항암으로 종양들의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길게 느껴졌던 선항암 6회를 마친 후 드디어 수술을 했다.
전절제 후 복부 자가조직으로 동시복원을 했기에 2주일 정도는 똑바로 누워 잘 수가 없었다.
왼쪽 옆구리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아랫배부터 배꼽 위까지 넓고 깊게 피부와 지방 조직을 들어내고 봉합을 했기 때문에 몸을 120도 정도 각도로 만들어서 봉합한 부위가 잘 붙도록 해야 했다.
침대의 등을 세우고 다리를 들어 올려서 잠을 잤다.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수 없고 몸을 반듯하게 펼 수도 없는 시간을 2주 이상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돌아눕는 건 아주 짧은 시간만 가능하다.
엎드리는 건 수술 두 달 후에 가능하다고 한다.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맘 놓고 엎드려 자는 것이 언제부터 가능할지 아직 모르겠다.
몸의 어디도 다칠까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뒤척이며 잘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놀라운 순간이었는지 생각한다.
편하게 뒤척이며 침대를 돌아다니며 자는 것은 고통 없이 땅에 발을 딛는 것만큼 기적이었다.
그것은 자유의 범위였다.
잃어야 깨닫는 어리석음이라니.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엎드리는 날의 감격을 누릴 줄 아는 존재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내년 여름엔 너른 수영장에 대형 튜브를 띄우고 엎드려 물 위를 흘러가보고 싶다.
그날이 오기를. 꼭 그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