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

2024년 12월 10일의 기록

by Sonia

삼성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한 달. 밖에 나가보지 못한 지도 한 달이다.

지금 입원해 있는 곳은 암병동 10층이다.

유일하게 바깥 세계와 연결되었다고 느껴질 만한 것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다. 눈 쌓인 뒷 산이 보이고, 굴뚝 세 개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늘에서야 눈에 햇살이 들어온다.

지난 3일은 날씨가 어땠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아팠다.

케모포트 감염으로 패혈증이 오고, 입원 치료를 받게 된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3차와 4차 항암을 본원에 입원해서 할 수 있는 건 복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고열, 어지러움, 장염증세, 오심, 구토, 구내염, 극심한 몸살 등을 바로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항암 스케줄을 따라 3차까지 지나다 보니 항암치료와 인생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일들 속에서도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이 발생하고, 먹어야 사는 걸 알면서도 먹는 게 두려운 마음이 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즈음 살 길이 열리는 것들이.

살만하면 다시 고통이 오기도 하지만, 그 고통은 아는 고통이어서 견딜만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너무 알아서 더 두렵기도 하다.


힘든 날을 지나 돌아보면 결국 경험한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이 일도 후일의 내가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걸 기억하려 한다.

너무 먼 일에 대해 고민하거나 가불 하여 괴로워하지 말고 하루하루 사는 것에 집중하려고 하니 ‘이 일이 도대체 언제 끝나나’, ‘끝이라는 게 있나’하는 생각 등으로 스스로 괴롭게 했던 때보다는 조금 더 그 시기를 수월하게 지나게 되는 것 같다.

병원 생활이 지루하지만, 병실 문만 열면 바로 병동 산책을 할 수 있으니 혈당 조절이 잘 되는 중이다. 열심히 걸으니 당수치가 조절되는 것처럼, 삶이란 예측 불가능하고 내 맘대로 되지도 않지만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하고,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것도 배워간다.


창 밖의 풍경이 온전히 내 것이던 순간들이 있었다.

멀찍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온전히 거하던 순간들이.

다시 이 병실을 나가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날, 지금의 마음들을 잊지 말자.

걸으며 하늘을 보는 것, 바쁜 사람들 틈을 걷는 것,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에 맞는 것이 얼마나 기적인지를 기억하며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