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 이승윤

공감해주는 노래에 기대어 | 이승윤 앨범 '무얼 훔치지' 7번 트랙

by Sonia


가끔은

작사/작곡 이승윤


아직 충분히 크지 않았던

내 작은 손이 마주 잡았던

담벼락에 핀 작은 한 송이

꽃이 들려주던 그 노랫소리


그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웃음 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조차도 안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이젠 커버린 나의 두 손이

잡을 수 있는 더 많은 소리

하지만 더는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핀 작은 꽃송이


그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울음 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조차도 안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어릴 적 살던 집은 너무 컸다.

동생이랑 같이 쓰던 방도 컸고, 베란다도 컸고, 부엌도 컸다.

복도도 너무 길어서 밤 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방에서부터 가는 길이 너무 길고 어두워서 눈을 꼭 감고 달려갔었다.


그 집에 살다 몇 번의 이사를 하고,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오랜만에 마지막으로 이사 갔던 아파트 뒷 동에 살던 친구와 연락이 되었는데, 결혼 후에 내가 어릴 적 살던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했다.

친구네로 가는 길.. 낮은 5층짜리 아파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단지도 반갑고, 동네 구멍가게도 반가웠다.

가방을 빙빙 돌리며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들르던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계셨다.


친구 집에 올라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계단 폭도 너무 좁고, 올라가는 길도 좁았다.

친구 집에 들어가 보고는 더 놀랐다.

어릴 적 살던 집과 똑같은 구조로 된 집이었는데, 모든 게 다 너무 작았다.

방도 작고, 베란다도 작고, 부엌도 작았다.

화장실에 가는 길도 몇 걸음 되지 않았다.

친구는 곧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내게는 너무 큰, 전부라고 여겨졌던 것들.

좋았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당시에는 내 인생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쓸어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 미소로 남아 내 곁에 있다.


일희일비하며 매일 엄청난 감정의 기복 속에 소용돌이쳤던 시간들.

세상이 흔들리는 것만 같은 시간들이 모두 거름이 되어

그리고 미소가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가끔은 너무 두렵던 기억이 이제는 두렵지 않아서

가끔은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이제는 지워져서

그리운 한숨으로 흘러간다.


오늘의 삶도 그렇겠지.

10년 후, 20년 후 돌아보면

지금의 기쁨도 지금의 슬픔도 그리운 한숨이 되겠지.

지금은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지만,

내게는 또다시 거름이 되어 한 뼘을 더 자라게 하겠지.


매일의 순간에 감사.

매 순간의 호흡에 감사.

이런 좋은 노래를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



[함께 듣기]

https://youtu.be/NztkzomqNPE

이승윤 앨범 '무얼 훔치지' 7번 트랙

이승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bgsms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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