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도 마찬가지야
어느 날 친한 동생이 타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타투, 피어싱에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개방적이라 한들 고지식하고 폐쇄적인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여러 유대를 맺으며 지내는데 굳이 자신의 바운더리를 줄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고지식한 사람 중 하나로, 동생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 - 정상
타투를 싫어하는 사람 - 정상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상대가 안 했다고 싫어하지 않으나 역은 성립한다.
굳이 그렇게 살아라고 두는 가족/지인 - 비정상
아래는 동생과 이야기하며 나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하다못해 피어싱은 빼면 그만이지.. 타투는...)
1. 타투를 하면 화이트컬러 직종과 타투를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유대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중 확률적으로 어느 집단이 더 이성적이고 가치가 높을까?
-> 자신의 직종, 주변인으로 둘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행위가 이성적인가?
2. 보이지 않는 곳에 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 관계가 깊어지면 언젠가는 보이게 되고 밝히게 된다.
-> 잘 지내다가도 그 순간 정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인생을 걸 수 있나?
-> 혹은, 결혼을 계획하는 연인의 가족들이 본인의 타투에 긍정적이라는 확신이 있는가?
-> 혹은, 인사담당자가 타투가 있냐는 질문을 했을 때, 여전히 당당할 수 있는가? 아니면 평생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법한 직장만 다닐 자신이 있는가?
3. 개성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 위와 같은 장애보다 본인의 개성이 중요하다면 그 개성은 분명 자신의 인생 최대치를 제한하는 개성이다.
-> 굳이 본인의 개성을 하향치로 제한하는 개성표현이 올바른가?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본인을 찾지 않는가?
4. 인생사 기념을 타투로 할 이유도 없다.
-> 가족의 이별, 키우던 개/고양이의 사망 등의 사연은 생각 이상으로 타인이 관심 없다.
-> 건강한 생각을 가진 이는 아무도 '사연 있는 사람'을 취향으로 안 둔다.
5. 불법 행위를 당당하게 할 이유가 없다.
-> 국내법상 병원에서는 미용 목적의 타투를 해주지 않는다.
-> 합법적으로 시술하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했다고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는다.
-> 자신이 범법 행위에 거부감이 없으며 위생관념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개성' 표현할 필요가 없다.
6. 타투를 한 사람을 보면 위의 사항들, 모든 것보다 그 잘난 '개성'이 더 중요한 멍청한 사람으로 보인다.
-> 하지 않은 사람보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 하지 않은 사람보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생각이 짧다는 확신이 든다.
-> 하지 않은 사람보다 도덕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든다.
-> 하지 않은 사람보다 초면에 직업과 학력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든다.
-> 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사연과 슬픔에 과몰입하는 우울증 환자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오래 하다 보면 상식을 말했을 때, 일반화하지 말라고 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상하게도 이런 분들은 꼭 선행이 아닌 비행이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사안들이 있는 곳에만 등장하는데, 그러한 분류의 사안들이 모두 그러하듯 사람들이 타투/피어싱에 연결 짓는 '양아치', '가벼운(혹은 헤픈) 사람'이라는 시선을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굳이 이 건이 아니라도 요즘 세상은 당당하지 못할 일에 당당한 게 유행인가 보다~라고 내 일이 아니니 가볍게 여기고 있었지만, 내 주변까지 전염된 것 같아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제발 이와 같은 주장이 주류가 되어 ‘타투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눈썹문신', '외상을 가리기 위한 타투'와 같이 본인이 심각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어 해야만 정신건강에 더 이로운 이들이게 하지 마라 말릴 생각은 없다. 타투를 함으로써 하지 않았을 때보다 인생이 더 개선된다는데 누가 뭐라 하리.
결론적으로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이유가 더 많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일인데, 누가 말릴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내 마음인데'라고 하면 당연히 그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앞으로 나 거르고 살고 싶으면 하면 돼.'라고 답할 뿐이다.
고집이 센 동생에게는 타투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가 아닌 것처럼 말하며 사회생활을 3개월 이상 해보고 결정하라고만 일러두었다. 그 정도는 동생도 수긍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아마 그 기간이 지나 타투를 하고 후회한다면 적어도 나를 원망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