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나는 마약중독자인 아버지를 두었다.

by 지한


요새는 마약에 대해서 말이 많다. 이 이야기는 내가 마약을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나는 마약 중독자인 아버지를 두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마약중독자였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는 집에 계시는 일이 적었고 뭔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도 않았지만 집에 계실 때에는 언제나 집 밖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어머니랑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서) 하교 후 집에 돌아가보았더니 내 토끼 저금통이 산산조각 나 있던 것이 기억난다. 내 토끼 저금통의 돈을 털어서 밖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신 것이다.


어머니의 말로 아버지에게 마약을 알려 준 것은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들었다. 나중에 아버지가 어머니께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아버지는 돈이 생기는 족족 마약을 구입하는데 쓰셨던 것 같다. 지금보다 훨씬 20년 전의 이야기이고 지금처럼 마약이 양지로 올라올 때도 아니었는데 마약을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당연히 우리 집 사정이 좋았을 리 없다. 엄마는 혼자 벌어서 아이 둘을 먹여 살렸다. 혼자 벌어 먹여 살리느라 엄마는 바람피울 시간조차 없었을 텐데도 아버지는 마약 중독으로 따라오는 환청 - 망상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어머니가 바람을 피운다고 믿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후려 패 옷을 벗겨 내 쫒는 걸로 시작되더니 내가 17살 때가 제일 절정이었다. 어느 날 큰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아산병원에 갔더니 어머니는 온몸이 멍든 상태로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가죽 허리띠로 심하게 때려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했다던가. 사건의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산병원에 누워있던 멍든 어머니의 몰골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른 마약 중독자들을 알지 못하지만 미디어에서 다큐로 관찰한 것과 경험을 추론해 봤을 때 마약 중독자들은 주로 망상 증세는 필수로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그들은 이상한 것에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그것은 조현증의 사람들과 무척 다르다. 내 지인 중에 조현증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도 분명히 달랐다. 보통 사람들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 이 사람이 보통의 사람은 아니구나. 눈에서부터 은은한 광기가 느껴진다.


아버지는 기분이 내킬 때까지 사람을 때리곤 했다. 특히 상대하기 만만한 가족이 가장 큰 타깃이 되곤 한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있는데 남동생은 고등학생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엄마랑 동생이 불륜 관계라고 믿었던 아빠 때문에 아빠를 따라 모텔촌을 전전하곤 했다.

2022년 여성가족부에서 내놓은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이라는 통계를 보면 가정 폭력으로 검거된 횟수는 약 4만 4천 명 정도다. 그 조차 '가정 폭력으로 검거된' 건수인걸 감안할 때 실제로 가정 폭력은 이루어졌지만 검거되지 않은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도 가정폭력으로 검거되지 않았지만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이루어진 집이었다.


여기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나중에 어머니에게 마약 중독자인 아버지를 두고 왜 이혼이란 길을 빨리 선택하지 않았냐고 물어봤을 때 어머니의 대답은 마약이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쉽게 망치는지 보여주는 명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마약에 중독되기 전의 아버지는 철은 좀 없을지언정 매우 재밌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가 마약에 중독되어서 그렇지 아버지란 사람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마약을 끊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을 상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상황이나 사람을 봐가면서 가끔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행동하기도 한다. 마약 중독자들과 깊게 관계되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 사람은 충분히 정상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변덕으로 그들은 그들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물론 완전히 미쳐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마약은 뇌를 천천히 망가트린다. 아버지도 10년 넘게 마약에 중독되어 있으면서 망상과 환청, 그리고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판단들이 점점 늘어났다. 돈을 계속 잃고 어머니를 때리는 일상은 기본. 어머니의 전화 발신내역을 뒤져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어머니가 불륜을 저 질렀다는 증거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가 자신처럼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고 믿었다. 어머니를 산부인과에 데려가 성병에 감염된 문란한 여성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남동생에게는 어머니와 함께 화류계에 종사한다고 믿으며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였다. 한 번은 아버지에게 덤비는 나를 때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을 선택했지만 아버지와 이혼했다고 나와 엄마, 남동생의 삶을 할퀸 흔적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정신과 신세를 지고 있으며 어머니는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무척 두려워하고 필요 이상으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다. 남동생의 유년기는 이미 박살 난 지 오래고 남동생의 삶은 아직까지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


요새 외국처럼 가벼운 마약 -가령 마리화나 같은- 정도는 허용해도 좋다.라는 의견들이 속속 대두되고 있는 것을 보는 내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 뭐 나도 술 마시고 시가도 태우는데 마리화나가 합법이 되면 나도 한번 피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인생이 박살 나는 경험을 하고도 그들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라고 마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마리화나는 과연 합법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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