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없어서 죽지를 못해요, 다만.

'자살하고 싶다'로 검색해서 들어오신 그분께.

by 지한


인기 없는 브런치지만 가끔 통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있는데 얼마 전 통계를 들여다보던 중 '자살하고 싶다'라는 키워드로 누가 내 브런치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살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뭐 좋은 일도 아니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안전망이 튼튼한 나라가 아니고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맡기는 분위기기에 더 그렇다. 물론 생명의 전화나 그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지. 하지만 내 경험상 좋은 의사를 찾거나 나와 잘 맞는 의사를 찾는 데는 돈이 든다. 아니면 적어도 새로운 기술의 치료를 시도하려고 해도, 상담 치료를 병행해보려고 해도 한 시간에 10만 원이라는 돈이 든다.


우울증 또는 자살충동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신경정신과를 가서 약을 처방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맨 처음 신경정신과를 갔을 때 우리 엄마는 내가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보통의 정신과 환자들은 사회생활이 마비된 경우가 많다.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데 병원을 가려면 경제활동을 해야한다! 어디서도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럼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사회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자살하고 싶은 내 감정은 그렇게 크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우울은 파도가 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살이라는 감정도 파도가 크게 치는 날에는 뛰어내리고 싶다가도 작게 치는 날에는 아 날씨가 좋으니 죽고 싶구나. 하는 정도의 감정이 되는 것이다. 다만 그 파도가 크게 치는 날을 어떻게 넘기냐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내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대해서 타자화 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왜 내가 자살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자살하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은 감정이라서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 그 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단은 그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왜 내가 그 생각이 드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손에 들어오지 않아서?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무척이나 1차원적인 문제다.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언제나 손에 넣지 못하지 않는가.


내 자살하고 싶다는 감정 깊은 곳에는 내가 실패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하고 -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못하면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통제하고 통제 밖으로 벗어나면 불안해하는 습관이 있다. 안타깝게도 인생은 언제나 내 통제밖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최근 10년 동안은 그 격렬함이 더 했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에 실패했던 경험도 있었고 구직에 실패했던 경험도 있었고 친구들과 헤어졌던 경험도 있었으며 부모님을 실망시켰던 경험은 무척이나 많았다. 나의 완벽주의는 내 목을 졸라 결국은 나를 자살의 늪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나 역시 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완벽이란 얼굴도 예쁘고 뭐든지 잘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가치에서 완벽한 - 그 정도의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가치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면 일견 가능해 보인다. 내가 노력한다면. 내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가끔 내 컨트롤 밖으로 나가는 문제도 또는 운이 따르지 않은 문제도 내 노오오오력을 탓하게 되며 아 나는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보다. 내 탓을 하게 되는 그런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것이 나의 타자화의 결론이다.



타자화의 결론덕에 머리는 맑아졌지만 마음까지 평온해지려면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구나.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다. 담담하게 나의 감정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담담한데 다른 사람들은 기겁한다.)

내 브런치에 자살하고 싶다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께 좋은 대답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비틀어보면 다른 답이 나오는 방법도 있다는 대답을 드리고 싶다. 감정에 매몰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반대로 힘을 내면 그 감정에서 한 번만 빠져나오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는 사회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담론의 장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대책 없는 자살하지 말라는 위로와 대책 없는 약 대신 서로 원인을 찾으면 적어도 머리만큼은 맑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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