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과 페미니스트

여성 권리 신장은 남성분들을 거세하지 않습니다.

by 지한

내가 시가를 뻑뻑 태우며 남편에게 명품을 턱턱 사주는 - 가모장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나 스스로를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녀가 편 가르기며 싸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며 인간 전체의 복지가 향상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일각의 남성 여성을 편갈라 하나의 마케팅 키워드로 삼는 - 가령 여성의 독서 따위의 제목의 책들 - 그런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내가 말하는 사람에는 여성 역시 포함되지 않는가. 인류 역사 대대로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이란 노예보다 조금 나은 존재였으며 중세시대에는 하와의 원죄로 권리라는 것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아직은 (특히나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여성의 책임은 과중화되어있다. 아이가 잘못하면 엄마를 욕할지언정 아빠를 욕하지는 않는다. 물론 요새는 많이 나아졌지만 맘충은 있지만 파파충은 없는 것을 보았을 때... 글 쎄. 아직까지는 내가 말하는 인류의 발전에는 남성의 복지보다는 여성의 복지의 비율이 좀 더 크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페미니스트가 맞다고 생각한다.


국립 국어원의 의미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란 '사회, 정치, 법률 면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의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를 뜻한다. 하지만 요새의 페미니스트란 일부 남성들에게는 '남성의 권리를 거세하여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의미로 비꼼 받고 있는 듯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내 생각에는 10여 년 전인가 알파걸의 등장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알파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댄 킨들러이 맨 처음 만든 그 단어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리더십이면 리더십 어느 방면에서도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은 엘리트 소녀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단어이다. 이 단어가 부상한 것이 06년도였고 08년도에 바로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취업 시장에서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남성들에게 알파걸은 동지에서 나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경쟁자이자 적으로 변질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나 남성이라는 - 아들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존중받아왔던 한국 사회에서의 박탈감은 더욱더 심했으리라.

딱 이때 일베와 같은 극우의 커뮤니티들이 무척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젊은 남성들이 그들이 알던 전통적인 남성성의 박탈로 갈 곳을 잃어 그곳에 모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알파걸은 페미니즘과 하등 관계가 없으나 (사전적 의미에서 그렇다.) 08년도의 금융위기는 남성들에게 알파걸을 적으로 만들었고 어떻게 보면 2010년도 후반의 페미니즘 열풍은 그 알파걸들이 금융위기의 적으로 몰려 구르고 굴러 강제로 페미니스트가 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경제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앞길이라고는 남녀가 갈라 치기 하면서 점점 싸우는 일 말고는 나을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정치권이나 심지어 출판사 마케팅에서도 이걸 잘 이용해 먹고 있다.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많고 - 가해자는 없는 이 판국. 이 판국에 답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점점 갈라 치기가 심해지고 불행한 사람들은 늘고, 사람들은 묻지 마 살인으로 점점 커져가고 있다. 갈 곳 없는 분노의 감정과 억울함들이 점점 과격한 방향으로 표출되는데 사회 조직들은 그것들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점점 부추기기만 하는 이 현실.. 어디선가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데 과연 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바라는 것은 사회 조직들이 조직의 영달을 위하여 사회 계층들의 마찰을 더 부추기질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


사견을 덧붙이자면 나는 여성 권리 신장이란 인류의 복지 향상과 발걸음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행복의 양과 질 - 공리주의적으로 봤을때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권리 신장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는 남성의 권리를 뺏고 - 여성에게 권리를 더 주는 그런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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