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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장병장 Dec 31. 2023

그냥 새벽에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쌓일수록 배워가는 것이 많다. 가만히 집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면서 넷플릭스를 보던,  유튜브를 보던, 좋아하는 음악을 듣던 의미 없다고 생각한 시간의 연속에도 결국 뒤로 남긴 건 있다. 인간은 망각하지만 결국 남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도 퇴적물은 쌓인다. 하루를 그냥 보내기 일쑤인 나도 이렇게 뭐가 많이 남아있는데 그대들이라고 다를까.


배웠다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깊게 생각하면서 뒤로 남긴 것 중 하나가 이별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거창한 이별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슴 아픈 이별도 아니다. 사실 헤어짐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 훌쩍 떠나가버린 상대방들은 나를 모를 테니 말이다. 나만 알고 상대방은 모를 이별. 바로 내 과거 속 브라운관, 스크린, 귀 안의 이어폰에서 활약하던 스타들과의 이별이다.


눈물이 핑 도는 헤어짐은 아니다. 어쩌면 기사로 접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아무 소식을 모른 체 살았을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에서 그들은 선명하기보다는 회색빛으로 흐려진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부고를 접했을 때 회색빛으로 있던 이들이 기억과 함께 선명해진다. 가슴이 아린 것이 씁쓸했다. 사실 대단한 인연도 아니다. 그래도 내 기억을 한 부분에 숨어있던 그들이 차근차근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을 텍스트로 읽어나가는 건 뒷맛이 슬프다. 어쩌면 별 거 아닌데,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도 이렇게 이별을 알아가고 있다. 또 이런 식으로 점점 나도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아닐까. 메멘토모리. “항상 죽음을 기억하라”는 옛 격언이 요즘따라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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