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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장병장 Jul 20. 2024

장마 생존기

비가 올 거 같은 날씨. 하늘은 흐리고 공기가 습한 게 금방이라도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날씨가 물을 사방으로 뿌려댈 것 같은 시간. 걷기는 애매하고 집에 있자니 찌뿌둥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 장마 중 내 모습. 갈팡질팡 속 스마트폰과 창밖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 비루한 내가 선택한 건 그냥 머묾.


장마 중 밖을 나가보지 않은 게 아니니까. 나가봤는데,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 결국 돌아온 건 홀딱 젖은 어깨와 눅눅해진 신발과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양말이니까. 그래서 이번엔 굳게 다짐해서 침대 머리맡 캔들워머 조명에 의지한 채 멍하니 공상에 빠져 비가 그치길 기다려보는 중.


그냥 있기 뭐 하니까 기나긴 장마가 끝이 나면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함. 안 쓰던 근육들을 깨워 일을 시키고, 그동안 사놓고 안 읽던 책들을 열어 이야기 곳간을 채움. 또 모든 게 지나가고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이 씨익 웃기 위해 지금 슬픈 얼굴 뒤로하고 밝은 표정을 연습하기. 가장 중요한 건 즐거운 시간을 위해 기발한 농담들 입에서 맴돌아 항상 나갈 수 있게 스탠바이. 


2024년 7월 중 지독한 장마 속, 이게 나의 슬기로운 장마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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