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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이후의 감정

기쁨보다는 감정의 진폭,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들

by 일인문

투자 유치는

그 과정은 고되고,

마치고 나면 두렵고,

전체적으로 보면 신기한 경험이다.


시리즈 B 펀딩이 끝났다.


시리즈 A가 쉽지 않았다고들 했는데,

B는 훨씬 더 어려웠고, 더 길었고, 더 예측할 수 없었다.


업무적인 고됨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내가 (우리가)

그동안 외면하거나 몰랐던 부족함을

하나씩 마주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펀딩이 끝났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보다는 묘한 무감각이 더 가까운 감정이다.


생존하는 스타트업을 오래 다닌 사람의 습관처럼

나는 '축하'보다는 '만약'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펀딩은 반년 넘게 이어졌지만,

그 시간 동안 회사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범 테스트를 하고,

혹독한 피드백을 받고,

사람이 오고 가고,

역할은 늘 빠듯하고,

조직은 커졌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있었고,

서로의 공백을 메우며 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생존의 시간이 흐르고,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 쌓여갔다.


펀딩이 끝났다고 해서

내일이 확 바뀌는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매일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

어느 날,

다음 단계의 모습으로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조용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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