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걸 해봤다는 감각보다, 나는 지금 무엇이 되고 싶은가
아이러니하게도,
경력이 쌓이고 경험이 채워졌다고 느끼는 지금,
내가 다음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일이 아니다.
정체성과 역할의 확장이다.
경력 초중반, 그러니까 10년차 즈음까지는
성과가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처럼 느껴졌다.
늘 결과로 보여줘야 다음 단계가 열렸고,
그건 그때의 나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회사와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성과는 반복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일은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익숙한 구조 안에서는
새로운 게 없어도 무난히 해낼 수 있다.
신기하게도,
바로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더 많은 숫자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넓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역할로 넘어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역할,
내가 보고 싶은 세계의 구조 같은 것에
이제는 더 집중하고 싶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누구로서 해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성과는 결과이고,
정체성은 방향이다.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고,
방향은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성과를 반복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누구인지 더 구체화해가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부터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일을 통해 ‘무엇이 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