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아직 회사에서 해고당하진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같이 일하는 팀원들 중에서 내 능력치가 제일 낮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다 내게 잘해준다.
오늘은 내가 어제 업무 했던 것 중에 잘못한 게 있어서 오늘 내가 사무실에 없는 사이 사무실로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 결국 어제 내가 잘못한 업무를 직장동료가 대신 수정해서 다시 올려줬다. 동료에게 "죄송해요...!!"라는 말만 세네 번 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싫었다. 꼭 처음 하는 일이면 실수를 한다. 오늘은 좀 컸다.
그 에피소드가 지나고 한 시간쯤 뒤, 이번엔 상사가 사무실로 찾아와 나를 따로 불렀다. 지시사항 적을 수첩이랑 볼펜을 챙기는 찰나에 오만 생각 다 했다.
내가 어제 한 것 중에 잘못한 일이 또 있나...
"이거 누르면 이 페이지가 나오지? 근데 옆을 보면 요청이 반영 안 돼 있다고. 이거 다시 수정해달라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지금 부른 건 이거 때문에 부른 거고..."
다행히 (물론 꼼꼼히 살피지 않은 내 실수이지만) 비교적 간단한 업무 수정 요청에서 끝났다. 그런데 상사의 뒤이은 말이 내귀에 박혔다.
"내가 이렇게 부르면 무섭나?"
"(오만 생각+주마등)어... 솔직히 걱정하면서 옵니다. 또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게 지적받으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지.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 네!"
한 달 동안 몇 번 지적받고 혼난 뒤로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보긴 했다. 혼나기 싫었으나 내 업무 능력이 그만큼 빨리 성장하지 않아 매일 스트레스받았다. 입사동기들 중에서 가장 뒤처지는 느낌이었고, 사실 수습 기간 동안 상사들이 우리에 대한 점수를 매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내 업무 점수는 가장 낮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그럴 수 있지'란 말을 습관처럼 하지만, 정작 나한테는 야박한 사람이다. 내 실수는 용납이 안되고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자기 합리화도 심하다. 스스로를 압박하는 것에서 얼른 벗어나고자 남 탓할 거리를 찾고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나쁜 습관도 가지고 있다. 회사에 들어와서는 좀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오늘처럼 업무는 업무대로 실수하고 허를 찌르는 조언까지 들은 날에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갔다.
오늘만큼 꽤 긴 근로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퇴근길 야경은 아름다웠지만 날 울컥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그런데 여전히 난 직장인이다. 신입사원 티가 팍팍 나는 사회초년생이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면 월요일에 또 출근해야 한다. 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