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그믐 Dec 30. 2020

퇴사도 단계가 있었다.

나는 내 선택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주 작은 회사이지만 그래도 직급이 있고,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에게 상사분들의 의견을 전달해주시는 중간 관리자께(정식 직급은 이 명칭이 아니지만 편의상 쓴다) 먼저 퇴사 의사를 말씀드렸다. 아마 출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날린 폭탄에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내 입에서 '퇴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분은 표정이 그대로 멈추시더니 날 데리고 사무실 안쪽 방으로 가셨다. 그리고 물어보셨다.


"왜, 퇴사를 하고 싶다 하는 건지...." (정말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ㅠㅠ)


그래서 지극히 내 개인적인 문제, 개인적인 사정임을 어필하며 말했다. 

원래 집안에 당장 돈을 고정적으로 벌 사람이 없이 급하게 취업을 했으나, 원래 나도 공부하던 것이 있었고, 가족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생겨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분은 날 설득하셨다. 내 평가가 회사 내에서 좋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상사들의 이야기에서 내 이야기가 좋게 나온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몇 가지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렸던 사건들만 아니었더라면, 난 이보다 더 좋은 사람들을 내 상사로 둘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다. 그러나 빙빙 돌아도 결론은 같았다.


난 그 '몇 가지' 일들이 체한 것처럼 마음속에 남아있다. 

여기는 나름 공개적인 공간이고, 그 일을 상세히 풀어놓을 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쓰진 않을 거다. 그러나 내 가치관과 달랐고, 나였다면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했을 것 같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난 예민한 편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 누구보다 독하게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겠노라 다짐하기를 수십 번 했다. 그런데 오늘 난 퇴사 의사를 회사에 전했다. 어쩌면 그들의 말처럼 난 사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성향의 소유자일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가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무단 퇴사를 한다거나, 맡은 업무도 다 책임지지 않고 떠날 만큼 어린 생각의 소유자는 아니다. 


나는 내 선택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존중의 마음으로, 내일도 일단 출근하러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 36일 차, 퇴사를 결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